시읽는기쁨

시인은 / 이한직

샌. 2006. 12. 7. 08:06

한 눈을 가리고

세상을 간다

 

하나만 가지라고

구슬 두 개를 보이던 사람에겐

옥돌 빛만 칭찬하고 돌아서 왔다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빙그레 웃어만 보이련다

남루(襤樓)를 감고 거리에 서서

마음은 조금도 번거롭지 않아라

 

- 시인은 / 이한직

 

시처럼, 시인처럼 살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시인의 삶이란 첫째, 세상에 대한 욕심이 없어야 한다. 그는 구슬을 보고도 돌아설 줄 안다. 고로 시인은 가난하다. 그래도 시인의 마음은 너그럽고 고요하다. 빙그레 웃을 줄 아는 여유가 있다. 둘째는, 순수한 감성을 가져야 한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한 눈을 감은 대신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는 선각자적 예지를 지녔다.

 

시인이 늘 자신이 쓴 시처럼 사는 것은 아니다. 말이나 글이 실제 삶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은보통 사람들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과 삶의 일치가 아닐까. 언행일치야말로 우리 삶의 화두라 할 수 있다.

 

시처럼, 시인처럼 살고 싶은 꿈은 나에게는 지금도 계속 유효한 희망사항이다. 오색빛 영롱한 구슬에 한 눈을 팔며, 마음 또한 번거로운 시장통 속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