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 이선관

샌. 2006. 12. 12. 14:56

살과 살이 닿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가령

손녀가 할아버지 등을 긁어 준다든지

갓난애가 어머니의 젖꼭지를 빤다든지

할머니가 손자 엉덩이를 툭툭 친다든지

지어미가 지아비의 발을 씻어 준다든지

사랑하는 연인끼리 입맞춤을 한다든지

이쪽 사람과 윗쪽 사람이

악수를 오래도록 한다든지

아니

영원히 언제까지나 한다든지, 어찌됐든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참 참 좋은 일이다

 

-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 이선관

 

사람 속에서 살지만 사람의 온기가 그리울 때가 많다. 오늘은 더욱 그렇다.

제일 가까운 가족 사이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모래알처럼 서걱거린다. 내가 먼저 가슴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잘난 척, 당당한 척 하지만 속은 외롭다. 겉으론 시치미를 떼도 사랑의 갈증에 허덕이지 않는 사람은 없다.

오늘은 누가 따스한 손으로 나를 잡아주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따뜻하게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 원망하고 미워할 이유가 어디 있으랴. 우리는 모두 외롭고 불쌍한 생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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