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 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순간
햇살에 배겨 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어 보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 접기로 한다 / 박영희
사람에게 서운할 때는 이렇게 속으로 뇌어보라고 한다. "그 사람도 무슨 사정이 있겠지..."
서운한 것이 어디 사람만이랴. 살다 보면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세상이 원망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 사람이든 세상이든 미워하고 원망하기 보다 한 번을 접고 그쪽 입장이 되어 볼필요가 있다. 한 번이 안되면 두 번을 접더라도 이해하고 감싸안아 주자. 두 눈 딱 감아주자.
세밑이 되니 더욱 그런 마음을 갖고 싶다.
돌아보면 서운하고 아쉬웠던 것 너무나 많다. 무슨 조화인지 잘 된 일보다는 못 된 일이 먼저 떠오르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럴 때는 자신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 대해서 넉넉한 웃음 한 번 날려주자. 새해도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따스한 마음 가지고 내일을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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