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나무 학교 / 문정희

샌. 2006. 12. 30. 08:28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 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 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 놓을 때

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 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 나무 학교 / 문정희

 

이 시를 새해를 맞는 나의 다짐으로 삼기로 한다.

나무의 침묵을, 나무의 인고와 기다림을, 고통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는 슬기를 배우기로 한다. 비 오면 비를 맞고, 바람 불면 그대로 몸을 맡기며 온 우주와 더불어 사랑하고 노래하는 그 모습을 닮기로 한다.

 

내년에는 겉나이만큼이라도 속나이 또한 알차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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