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 프로스트

샌. 2006. 12. 28. 08:12

이 숲이 누구의 것인지 알 것 같아

하지만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

그는 내가 여기 멈추어 서서

눈 덮인 자기 숲을 보는지 모를 거야

 

내 작은 말도 이상한가 봐

숲과 꽁꽁 언 호수 사이

농가 없는 이곳에 멈춰 서다니

그것도 올해의 가장 어두운 저녁에

 

마구의 종을 흔들어 그는

뭐 착각하시는 거 아닌가요 묻는 듯

그밖에 다른 소리는

잔잔한 바람소리와 떨어지는 눈송이들

 

숲은 사랑스럽고 어둡고 깊어

하지만 난 아직 지켜야 할 약속과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있지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 로버트 프로스트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 Stopping by Woods on a Snowny Evening / Robert Frost

 

프로스트의 시에는 신비한 기운이 담겨 있다. 그의 시는 철학적이면서 인생의 비의가 숨겨져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 교과서를 통해 처음 프로스트를 접하고그의 시를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그의 시에서는 동양적인 정감이 느껴져서 좋다.

이 시에서도 여러 상징어들이 나오는데 '눈 덮인 숲'과 '가야 할 길'은 보편적인 해석을 떠나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눈 덮인 숲은 아름답게 비쳐지면서도 춥고 쓸쓸하다. 가야 할 인생길 또한 마찬가지다. 멈추지 않고 계속 나가야 할 숙명적인 슬픔과 아픔이 느껴진다. 그러나 잠들기 전에 계속 가야 할 길이 있다는 독백은 오직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주와 인생의 의미를 물을 수 있는 인간 뿐이다. 여기서 조연으로 등장하는 말은 그 모든 것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이 시는 한 편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고요하고 정적인 풍경은 자연과 인생에 대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어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지금 같은 세밑에 다시 한 번 묵상하고 싶은 시다.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옹손지 / 김관식  (0) 2007.01.06
나무 학교 / 문정희  (2) 2006.12.30
접기로 한다 / 박영희  (0) 2006.12.23
12월의 독백 / 오광수  (0) 2006.12.18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 이선관  (0) 2006.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