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아래 나무 둥치 두 팔 벌려 잡고 고개 쳐들어 우듬지께 보며 나무야, 나무야, 불러봤습니다 누굴 이토록 간절히 불러보기가 얼마만입니까 고개 젖혀 누구 환하게 올려다보기가 또 얼마만입니까 그때 바람결엔가, 수십백천만 잎사귀 일제히 흔들며 나무가 대답했습니다
큰 걱정 말라고
때 맞춰 비도 내릴 거라고
- 나무야 나무야 / 이면우
나무는 기다릴 줄 안다. 참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다. 참는 것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기다린다는 것은 자연의 순리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무야 말로 도(道)에 가깝다.
큰 나무를 보면 눈 앞의 이(利)에 따라 허둥대는 내 꼴이 우습다.
'君子固窮 小人窮斯濫矣'
오늘은 나무 선생님을 만나러 나가봐야겠다. 그분 앞에 서면 날 위로해 줄 따스한 한 말씀 내려주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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