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다시 떠나는 날 / 도종환

샌. 2006. 11. 13. 14:02

깊은 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물고기처럼

험한 기슭에 꽃 피우길 무서워하지 않는 꽃처럼

길 떠나면 산맥 앞에서도 날개짓 멈추지 않는 새들처럼

 

그대 절망케 한 것들을 두려워하지만은 않기로

꼼짝 않는 저 절벽에 강한 웃음 하나 던져 두기로

산맥 앞에서도 바람 앞에서도 끝내 멈추지 않기로

 

- 다시 떠나는 날 / 도종환

 

열정과 여유를 함께 생각한다.

조급한 열정은 쉬이 끓고 쉬이 식지만, 여유를 머금은 열정은 고난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높은 산맥을 만나도 날개짓을 멈추지 않는다.

 

사람은 실패를 통해 다시 태어난다. 어둠이 짙을 수록 별빛은 더욱 반짝인다.

실패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실패 앞에서 좌절하고 절망하는 것이 두려운 일이다.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나를 쓰러뜨린다.

 

이젠 날 절망케 한 것들에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다.

꼼짝 없는 저 절벽에는 강한 웃음 하나 던져 두기로 한다.

 

그래, 허리띠 졸라매고 다시 길 떠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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