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낙엽은 / 박민수

샌. 2006. 10. 25. 12:36

낙엽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지 황금빛 가슴으로

가진 것 모두 제 자리에 두고

낙엽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내리지 역사를 넘어

침묵의 세계 낙엽은 그

비밀을 알지 땅갈피 귀 대고

마침내 엿듣는 세상의 말씀 그

소멸의 꿈을 알지

가진 것 모두 제 자리에 두고

한 줌 흙이 되는 것 그것이 자유라고 말하는

땅의 말씀을 알지 낙엽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내리며 몸을 낮추어도

더없이 깊어오는 충만감 그

아름다움을 알지 낙엽은

 

- 낙엽은 / 박민수

 

한여름의 무성했던 잎사귀들은 자신의 원래 자리인 땅을 찾아 떠난다. 가을은 만물이 근본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그리고 우리도 돌아감에 대해 생각한다. 지상에서 모든 것 놓아두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했던 것들 - 제 자리에 놓아두고 홀로 길 떠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소멸의 꿈을 꾼다. 죽음과 이별이 언젠가는 나에게도 찾아올 것임을 낙엽을 말해준다. 이승에서의 애착의 허망함에 대해서 배운다.

 

가을은 모두가 시인이 되고 철인이 되는 계절이다. 일상에 매몰되어 있던 삶의 비의를 땅의 말씀을 통해 엿듣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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