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담장 고치기 / 로버트 프로스트

샌. 2006. 10. 31. 08:35

무엇인가 담장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는가 보다.

그것이 담장 밑의 땅을 얼어 부풀게 하여

위에 있는 둥근 돌들을 햇빛 속에서 떨어뜨린다.

그리하여 거기에 두 사람이 나란히 지나갈 만한 틈이 생긴다.

사냥꾼들도 담장을 부순다.

나는 그들 뒤를 따라가서 돌 하나 남기지 않고

부숴놓은 담장을 수선했었다.

그래도 그들은 숨어있는 토끼를 몰아내어

짖어대는 개들을 즐겁게 해주곤 했다. 내가 말하는 틈이란

그것이 생기는 것을 본 사람도 들은 사람도 없는데

봄철 수선기가 되면 나타나는 틈을 말한다.

나는 언덕 너머 이웃 사람에게 알린다.

그리고 하루 만나서 경계를 걸으며

그 경계에 무너진 담을 다시 쌓는다.

우리는 담장을 중간에 두고 걸어간다.

자기편에 굴러 떨어진 돌들을 주워 올린다.

어떤 것들은 빵떡 같고 어떤 것들은 공 같은 것들도 있어

그것을 균형있게 쌓아올리는 데엔 주문을 외어야 한다.

'우리가 떠날 때까지 제발 그 자리에 그대로 있거라' 하고.

우리는 그것을 만지느라고 손이 거칠어진다.

아, 이것은 다름 아닌 두 패로 나누어서 하는

야외 경기의 일종이다. 그 이상의 것이 아니다.

이 상태론 담이 필요 없다.

그이네는 모두 솔밭이고, 우리 쪽은 사과밭이니

우리 쪽 사과나무가 건너가 그 쪽 소나무 밑에서

솔방울을 주워 먹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나는 그에게 말한다.

그는 덮어놓고 '담장이 튼튼해야 이웃간이 좋다'고 말한다.

봄이라 장난기가 일어나는 생각을 해봤다.

그의 머리통에 한 가지 생각을 넣어줄 수 없을까 하고

'어째서 이웃이 사이가 좋아지는가요. 그건

소가 있는데서 하는 말이 아닌가요. 그런데 여기에 소가 없잖소.

담장을 쌓기 전에 나는 알고 있었소. 담장을 쌓아서

내가 무엇을 넣고 무엇을 내보내야 하는지를

그리고 내가 누구의 감정을 해치게 될 것인가를

담장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 있어

그것이 담장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거요'라고. 나는 그에게

그것이 '요정들'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확히 요정도 아니다. 오히려

그 자신이 말을 해 봤으면 싶었다. 그가

양손으로 돌 하나의 윗부분을 꽉 쥔 채 오는 듯이 보였다.

마치 무장한 구석기 시대의 야만인처럼

그는 내게 어둠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듯이 보였다.

숲이나 나무 그늘의 어둠만은 아니다.

그는자기 아버지가 한 말의 참 뜻을 알려고 하지 않고

그 말을 그저 좋다고만 생각하여

다시 말한다. '담장이 튼튼해야 이웃간이 좋다' 라고.

 

- 담장 고치기 / 로버트 프로스트

 

Something there is that doesn't love a wall,
That sends the frozen-ground-swell under it
And spills the upper boulders in the sun,
And makes gaps even two can pass abreast.
The work of hunters is another thing:
I have come after them and made repair
Where they have left not one stone on a stone,
But they would have the rabbit out of hiding,
To please the yelping dogs. The gaps I mean,
No one has seen them made or heard them made,
But at spring mending-time we find them there.
I let my neighbor know beyond the hill;
And on a day we meet to walk the line
And set the wall between us once again.
We keep the wall between us as we go.
To each the boulders that have fallen to each.
And some are loaves and some so nearly balls
We have to use a spell to make them balance:
'Stay where you are until our backs are turned!'
We wear our fingers rough with handling them.
Oh, just another kind of outdoor game,
One on a side. It comes to little more:
There where it is we do not need the wall:
He is all pine and I am apple orchard.
My apple trees will never get across
And eat the cones under his pines, I tell him.
He only says,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
Spring is the mischief in me, and I wonder
If I could put a notion in his head:
'Why do they make good neighbors? Isn't it
Where there are cows? But here there are no cows.
Before I built a wall I'd ask to know
What I was walling in or walling out,
And to whom I was like to give offence.
Something there is that doesn't love a wall,
That wants it down.' I could say 'Elves' to him,
But it's not elves exactly, and I'd rather
He said it for himself. I see him there
Bringing a stone grasped firmly by the top
In each hand, like an old-stone savage armed.
He moves in darkness as it seems to me,
Not of woods only and the shade of trees.
He will not go behind his father's saying,
And he likes having thought of it so well
He says again,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urs.'

- Mending Wall / Robert Frost

 

인간은 가르고, 자연은 틈을 만든다. 인간은 나누고 분리하며 자신의 소유로 만들려 하지만, 자연은 그것을 허물고 하나로 통합하려 한다. 그런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의 노력은 헛되게만 보인다.

 

인간을 어떤 틀 안에 가두려는 시도 역시 생명력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허물어지는 담장을 수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쓸데없는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우리의 교육 제도가 그러하다. '우리가 떠날 때까지 제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라'고 주문을 걸지만 고개를 돌려보면 이미 허물어져 간다. 인간 생명력을 도외시한 그런 시스템의 부작용 또한심각하다.

 

무위(無爲)라 할 수 있는 자연의 작용에 대해 인간의 행동은 유위(有爲)라 할 수 있다. 문명의 기반이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자연 앞에서 인간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인은 안다. 이웃도 그런 사실을 알아주기를 바라지만 그건 무리다.도리어 그는 높고 튼튼한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고 철두철미 믿고 있다.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urs!' - 담장이 튼튼해야 이웃 사이가 좋아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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