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회 8

신현회 셋이 부용산을 걷다

코로나 이후로 첫 만남이니 거의 4년 만이다. 신원역에서 다섯 명이 만나기로 했으나 실제 나온 사람은 셋이었다. 한 사람은 아침에 갑자기 불가피한 일이 생겼고, 다른 한 사람은 여름에 산에 오르기가 망설여졌는가 보다. 점심 자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부용산에 오르기 위해서 몽양기념관을 지난다. 작년에 공사를 시작하더니 왼편에 번듯한 새 건물이 자리 잡았다. 바로 산을 타지 않고 신원리 마을길로 들어선다. 과거 인연이 있는 분의 집에 들리기 위해서다. 정원을 잘 가꾸어놓은 집이다. 노쇠한 어머니 대신 지금은 아들이 거주하면서 관리한다. 구름 끼어서 덥지 않고 바람 시원한 날이었다. 대신 하계산 전망대에서 보이는 양수리는 선명하지 못했다. 6월의 녹음 속을 걷는다. 부드러운 전나무 숲길이 콧노래라도 나올 듯 ..

사진속일상 2023.06.07

두물머리 산책

원래는 신원역에서 만나 부용산 능선을 따라 양수역까지 걸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H의 사정으로 취소하고, 가벼운 두물머리 산책으로 대체했다. 미리 연락만 해 주었어도, 시간 조절 등 다른 방법이 가능했을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쉬웠다. 그렇다고 불뚝한 내 성질도 문제다. 신현회 다섯 명이 같이 했다. 1973년에 준공된 팔당댐으로 이곳은 호수가 되었다. 수많은 마을과 농경지가 수몰되었을 것이다. 원래 강이 흐르던 풍경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한때 여기서 친환경 유기농 운동이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눈에 보이는 것은 딸기 체험장과 아이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들이 차고지처럼 북적였다. 두물머리의 중심은 400년 된 느티나무다. 옛날 나루터는 물 아래 어디에 있었을..

사진속일상 2019.06.06

성북동 한 바퀴

신현회 다섯 명이 성북동을 한 바퀴 돌기 위해 한성대입구역에서 만났다. 성북동은 서울도성 밖에서는 문화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그래서 서울시 '역사문화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길상사, 수연산방 등 단편적으로 들러본 적은 있지만, 하루를 온전히 답사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마을버스를 타고 먼저 길상사를 찾았다. 길상사는 언제 찾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도심 속 사찰이다. 이번에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연등에 매료되었다. 일행이 길상사를 돌아보는 동안 나는 연등 아래서만 놀았다. 성북동에는 고급 주택이 즐비하지만, 다른 한 켠에는 달동네도 있다. 둘이 공존하는 것도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모습이다. 성북동성당도 잠시 기웃거렸다. 선잠단 옆에 선잠박물관에 들렀다. 선잠단은 양잠의 신인 서릉씨에게 제사를 지..

사진속일상 2019.05.02

신현회와 남한산성에

신현회원 넷이 남한산성에 올랐다. 12시에 마천역에서 만나 남한천약수터를 지나는 길을 걸었다. 이 길은 거의 20년 만에 찾은 터라 감회가 남달랐다. 초로의 남자가 모이니 온통 건강 이야기다. 누구를 아느냐, 누구는 아프고 누구는 죽었다, 잠깐 슬픔에 젖지만 누구에게나 미구에 닥칠 일이 아닌가. 아직은 휴우, 하고 안도할 뿐이다. 지나가던 젊은이가 남한산성의 높이를 묻는데 대답을 못해 주었다. 미안하면서 고맙기도 했다. 스마트폰 클릭 한 번이면 확인할 수 있을 터인데 묻기도 하는구나. 뒤에 가만히 찾아 보았다. 수어장대가 있는 청량산의 높이는 482m다. 남한산성에서 제일 높은 남한산은 522m다. 맑은 가을날에 감탄하며 한참동안 지형 찾기 놀이를 했다. 꽃에서도 완연히 가을 분위기가 났다. 여름 꽃에 ..

사진속일상 2018.10.02

물의정원 산책

신현회 넷이 모여 물의정원을 한 시간 정도 산책하다. 원래는 예봉산 등산 예정이었지만 내 발이 온전치 못한 관계로 가벼운 한강변 걷기로 바꾸다. 물의정원 공원은 아직 꽃양귀비가 피기 전이라 꽃밭은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다. 더없이 청명한 날이다. 언제 미세먼지 걱정이 있었나 싶다. 비 내린 뒤 연사흘 이런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자꾸 심호흡이 깊어진다. 발걸음 가볍다. 그끄저께까지 내린 비로 팔당호 물은 많이 불어나 있다. 애기똥풀이 군데군데 무더기로 피어 있다. 강에 시멘트 바르는 일 말고 이런 수변 공원화 사업은 아주 고맙다.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며 새삼 감탄한다. 늘 이래야 정상 아닐까. 예전에 이곳에는 용진나루터가 있었다. 남양주 조안면 송촌리와 강 건너 양평을 연결하는 나루터다. 조선시대..

사진속일상 2018.05.21

천마산 봄꽃

어느 때 찾아도 실망하지 않는 천마산의 봄이다. 이번에는 신현회원 세 명과 동행했다. 봄꽃을 보러 천마산을 찾은 건 7년 만이다. 남양주시 호평동에서 천마의 집을 지나 팔현계곡 상류까지 올라가는 코스가 꽃 산행길이다. 초입의 점현호색을 필두로 다양한 종류의 꽃을 볼 수 있다. 오랜만에 꽃 호사를 누렸다. 이번 산행에서는 노랑미치광이풀 꽃을 보여주겠다는 분을 만났다. 미치광이풀 꽃은 대부분이 자주색인데 노란색 꽃은 희귀종이라고 한다. 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서 나는 포기했고, 일행 중 한 사람이 따라가서 결국 사진을 찍어 왔다. 결과물을 보니 번거로웠어도 따라가 볼 걸 싶었다. 이번 길에서는 약 20종 가까운 꽃을 만났다. 그중 일부를 사진으로 남겼다. 점현호색, 현호색, 큰괭이밥, 얼레지, 만주바람..

꽃들의향기 2018.04.03

아차산길을 걷다

아차산은 동네 뒷산처럼 포근하다. 걸어가도 될 만큼 아차산과 가까운 거리에 산 적이 있었다. 그때의 친근함이 아직 남아있는 탓이기도 하겠다. 아차산에 난 길의 대부분을 걸어 보았다. 그런데 떠나고 나서는 아차산에 올 기회가 적었다. 헤아려보니 4년 만이다. 오전에는 맑았는데 한낮이 되면서 하늘은 구름으로 덮였다. 산 정상 가까이 갔을 때는 눈송이도 보였다. 잠시 날리다 말았지만 올해의 첫눈을 맞았다. 신현팀과 두 번째로 함께 했다. 거의 다 아는 사이라 합류해도 자연스러웠다. 용마산을 넘어 중곡동으로 하산할 예정이었으나 날씨가 궂어져서 긴고랑계곡으로 내려왔다. 시장통 허름한 식당에서 된장찌개로 점심을 했다. 소박한 밥상이라 마음이 풍성했고, 막걸리 석 잔에 배가 불러 세상이 다 내 것이 되었다. 산과 식..

사진속일상 2017.11.21

친구 텃밭

상추를 뜯으러 남양주에 있는 친구 텃밭에 갔다. 서울시에서 시민에게 분양한 텃밭으로 5평 사용료가 3만 원이다. 서울에는 빈 땅이 없으니 경기도에까지 이런 농장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시민을 위한 이런 지원은 매우 바람직하다. 넓은 터에 온갖 작물이 자라고 있는데 주인의 정성에 따라 차이가 크다. 친구 텃밭은 그중에서도 A급에 속한다. 쌈채소 네댓 종류에 감자, 고구마, 아욱 등 다양하게 심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지만 인간의 유전자는 수렵채집과 농경 시대의 생존 본능을 여전히 갖고 있다. 사피엔스의 역사에서 근대는 한순간에 불과하다. 진화적으로 적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그래서 흙을 만지고 작물을 가꾸는 데서 느끼는 만족감은 생래적이다. 산업과 기술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사진속일상 2017.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