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성북동 한 바퀴

샌. 2019. 5. 2. 22:52

신현회 다섯 명이 성북동을 한 바퀴 돌기 위해 한성대입구역에서 만났다. 성북동은 서울도성 밖에서는 문화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그래서 서울시 '역사문화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길상사, 수연산방 등 단편적으로 들러본 적은 있지만, 하루를 온전히 답사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마을버스를 타고 먼저 길상사를 찾았다. 길상사는 언제 찾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도심 속 사찰이다. 이번에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연등에 매료되었다.

 

 

 

일행이 길상사를 돌아보는 동안 나는 연등 아래서만 놀았다.

 

 

성북동에는 고급 주택이 즐비하지만, 다른 한 켠에는 달동네도 있다. 둘이 공존하는 것도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모습이다.

 

 

성북동성당도 잠시 기웃거렸다.

 

 

선잠단 옆에 선잠박물관에 들렀다. 선잠단은 양잠의 신인 서릉씨에게 제사를 지내며 한 해의 풍요와 안정을 기원했던 신성한 공간이다. 선잠단은 현재 발굴 작업중이다.

 

 

전통 물감으로 염색한 천 색깔이 예뻤다.

 

 

 

최순우(1916~1984) 선생의 옛집이다. 선생은 우리 문화재를 지키고 한국 미술의 자연스럽고 꾸밈 없는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이 집에서 선생은 1976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살았다.

 

이 집이 의미가 있는 것은 주인이 바뀌면서 허물어질 뻔했는데 시민 성금으로 지켜냈기 때문이다. 내셔널트러스트 제 1호로 구한 집이다.

 

 

ㅁ자 모양의 집 정갈하면서 아늑하다. 전형적인 경기 지방의 한옥 양식이라고 한다. 이런 구조는 건물로 둘러싸인 안뜰이 무척 탐난다.

 

 

 

뒤뜰은 넓고 시원하다. 이런 데서 낮잠 한 번 늘어지게 자고 싶다.

 

 

 

선생이 직접 쓴 현판으로 보인다. '杜門卽是深山' - '문을 닫으면 깊은 산 속과 같다'는 뜻이겠지.

 

 

간송미술관은 보수 공사로 출입 금지다. 입구에서 바라보기만 했다.

 

 

북정마을에서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촬영 현장과 만났다.

 

 

북정 마을에 있는 '비둘기 공원'이다.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가 적혀 있다. 한양 도성에 가까이 있는 북정 마을은 서울에서 몇 안 남은 달동네다. 남루하지만 사람의 향기가 나는 마을이다.

 

 

 

 

심우장(尋牛莊)은 만해 한용운(1879~1944) 선생이 머물렀던 곳이다. 1933년에 벽산스님이 기증한 집터에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방 두 칸짜리 집을 짓고 '심우장'이라 이름지었다. 북향으로 지은 이유는 조선총독부를 마주보기 싫어서였다. 스님은 1944년 6월에 여기서 입적하였다.

 

 

 

잃을 소 없건마는

찾을 손 우습도다

만일 잃을 씨 분명타 하면

찾은들 지닐소냐

차라리 찾지말면

또 잃지나 않으리라

 

 

 

이태준 작가의 집이었던 '수연산방'은 후손이 찻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과학고등학교 안의 새 잎이 돋아난 버즘나무가 환했다.

 

 

장면(1899~1966) 총리가 거주했던 가옥이다. 1937년에 지었는데 한식과 일식, 서양식이 혼합되어 있어 독특하다.

 

 

 

 

우리나라 최초로 한옥으로 지어진 혜화동 주민센터다. 과거 동사무소와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10시에 한성대입구역에서 만나 성북동을 한 바퀴 돈 뒤, 15시 30분에 혜화역에서 마감했다. 마을버스를 두 번 이용했고, 점심은 성북동 들깨수제비집에서 먹었다. 이런 식의 나들이는 오랜만이었다.

 

오늘 루트는, 길상사 - 성북동성당 - 선잠단 - 선잠박물관 - 최순우 옛집 - 간송미술관 - 비둘기공원 - 심우장 - 수연산방 - 장면 가옥 - 혜화동 주민센터였다. 지도에 보니 소개한 대상의 반 정도밖에 보지 못했다. 언제 한 번 날을 더 잡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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