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검단능선을 걷다

샌. 2019. 4. 30. 20:18

 

검단산에서 용마산을 거쳐 번천리까지 이어지는 능선길 걷기를 다시 시도해 보았다. 14년 전에 걸었다가 중도에서 포기한 적이 있었다. 이곳으로 이사와서는 가까이서 자주 보는 산이라, 언젠가는 걸어봐야지, 라는 마음이 늘 있었다.

 

6개월 만에 하는 등산이라 출발점을 산곡초등학교로 잡았다. 검단산 정상을 지나쳐서 능선에 오르게 되기 때문에 코스가 좀 짧아진다. 그렇더라도 다리 힘을 붙이지 못한 상태기 때문에 끝까지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었다.

 

이 능선길의 단점이라면 오르내리막이 너무 심하다. 그래서 쉽게 지친다. 체력 단련 코스로는 좋을지 몰라도 우리 같은 사람이 느긋하게 걷기에는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야 한다. 다른 하나는, 옆으로 중부고속도로가 평행으로 지나기 때문에 길 내내 자동차 소음을 견뎌야 한다. 자주 다닐 만한 길은 아니다.

 

 

산은 연초록의 신록이다. 군데군데 산벚꽃이 홍일점으로 피었고, 능선에는 아직도 진달래가 환하다.

 

 

용마산까지는 그럭저럭 갔으나 그 뒤부터는 힘에 부친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오르막보다 더 힘들다. 다리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른다. 마지막 구간에서는 조금 절뚝거렸다.

 

 

오랜만의 등산에서 너무 무리한 코스를 골랐나 보다. 결국 중간에서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전에 포기했던 같은 지점이다. 그때와 비교해 보니 체력이 현저히 떨어졌음을 실감한다. 하긴 여섯 달만의 산행이니 이만큼 걸은 것도 대견한 일이다. 관절에 탈이 나 산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친구에 비하면 나는 이대로도 양호한 편이다.

 

능선길에서는 나를 추월한 한 팀을 만났다. 스틱도 없이 성큼성큼 달리기하듯 뛰어간다.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었더니 남한산성 벌봉까지란다. 거의 20km 종주를 하는 팀이다. 그 젊음과 체력이 부러웠다.

 

 

연습을 한다면 언젠가는 한걸음에 주파가 가능할까. 그렇지 못하다면 꼬리 부분만이라도 따로 걸어 전체를 완성하고 싶다. 산의 정기가 내 막힌 기혈(氣血)을 뚫어주길 기대하며 오늘 산길을 걸었다. 산을 갔다 오면 몸이 피곤해도 활력은 살아나는 경험을 한다. 산의 기와 내 몸의 기가 서로 조응하는 어떤 원리가 있는지 모르겠다.

 

* 산행 시간: 4시간 30분(10:30~15:00)

* 산행 거리: 약 8km

* 산행 경로: 산곡초등교 - 장수샘 - 삼거리 - 두리봉 - 용마산(596m) - 엄미리 갈림길 - 우미정식당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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