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서 이름만 배우고 읽어 보지 못한 책이 한두 권이 아니다. 박제가(朴齊家)가 쓴 도 그런 책 중 한 권이다. 실학을 대표하는 책이라고 고등학생일 때 시험용으로 열심히 암기했다. 그나마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니 학교 공부가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런 책을 볼 때마다 지금의 시각으로 판단하지 말자고 미리 다짐한다. 는 박제가가 1778년에 첫 번째 중국 여행에서 돌아와 저술한 책이다. 당시의 지식인들이 가졌던 세계관을 염두에 두고 읽지 않는다면 별 의미가 없다. 대부분의 식자들이 주자학의 틀 안에 갇혀 있을 때 박제가는 폐쇄적 사회와 시스템의 개혁을 외쳤다. 과격하며 어쩌면 불손하기까지 한 사상가였다. 그의 말에 동조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박제가의 주장은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을 떠오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