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가을이다. 서대문 냉천동에서 안산에 들었다. 작년에 가끔 찾아와 아픈 가슴을 달랬던 그 길이다. 일 년이 지났다. 상처는 아무는 듯 하다가 다시 저려온다. 생각만 하면. 전화 벨이 울렸다. 베낭에서 꺼내다가 끊어졌다. 고종사촌 이름이 떠 있다.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계속 통화중이었다. 병환 중인 고모부 얼굴이 떠올라 산길이 시무룩했다. 너는 왜 이 땅에 와서 이렇게 천대 받고 있는 거니? 생긴 대로 살아가는 서양등골나물은 그저 억울할 뿐이다. 안산 정상을 지난 후 무악재역으로 내려왔다. 배가 고파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었다. 육교를 건너 홍제동에서 인왕산으로 방향을 돌렸다. 달동네 골목길을 헤매다가 겨우 입구를 찾았다. 기차놀이 하지 않을래요? 기차바위에서는 낯선 사람에게도 그렇게 말을 붙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