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6

안산과 인왕산을 넘다

희뿌연 가을이다. 서대문 냉천동에서 안산에 들었다. 작년에 가끔 찾아와 아픈 가슴을 달랬던 그 길이다. 일 년이 지났다. 상처는 아무는 듯 하다가 다시 저려온다. 생각만 하면. 전화 벨이 울렸다. 베낭에서 꺼내다가 끊어졌다. 고종사촌 이름이 떠 있다.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계속 통화중이었다. 병환 중인 고모부 얼굴이 떠올라 산길이 시무룩했다. 너는 왜 이 땅에 와서 이렇게 천대 받고 있는 거니? 생긴 대로 살아가는 서양등골나물은 그저 억울할 뿐이다. 안산 정상을 지난 후 무악재역으로 내려왔다. 배가 고파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었다. 육교를 건너 홍제동에서 인왕산으로 방향을 돌렸다. 달동네 골목길을 헤매다가 겨우 입구를 찾았다. 기차놀이 하지 않을래요? 기차바위에서는 낯선 사람에게도 그렇게 말을 붙이고..

사진속일상 2015.10.08

안산 꽃길

안산 자락길이 꽃길이 되었다. 예년보다 열흘 넘게 빨리 개화하면서 서울 벚꽃은 절정을 지나고 있다. 여의도를 비롯한 벚꽃 축제도 앞당겨 치렀다. 일찍 찾아온 봄이니 쉬이 갈 것이다. 생명이 있기에 유한하고, 유한한 것은 덧없다. 그중에서도 아름다움은 한 순간이다. 봄 꽃길을 걸으며 '봄날은 간다'를 흥얼거린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루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꽃들의향기 2014.04.08

안산 일출

안산 자락에서 일출을 보았다. 하늘을 발갛게 물들이며 수줍은 듯이 해가 떠올랐다. 두 눈으로 해돋이를 보는 게 참 오랜만이었다. 이렇듯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에는 그동안 내가 너무 게을렀다. 또는 마음속에 그 무슨 간절함이 없었던 탓이기도 했다. 아니면 인생을 건성건성 살으려 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뒤섞인 도시 위로 우주의 등대인 양 태양이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새해 첫날처럼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싶어졌다. 아내와 같이 자락길을 한 바퀴 돌았다. 8km를 걷는데 두 시간 정도 걸렸는데, 우리 수준에서는 딱 걷기 알맞은 길이었다. 어느 길이나 다 그러하지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걷다 보면 마음이 환하게 밝아진다. 긍정과 감사의 에너지를 길에서 받는다. 원망과 미움의 감정도 스르..

사진속일상 2014.01.28

안산 자락길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안산(鞍山) 자락길의 특징은 경사도가 완만한 목재 데크를 설치하여 휠체어나 유모차도 다닐 수 있게 한 점이다. 7km 전 구간이 보행 약자를 위해 편안하게 만들어져 있다. 실제로 유모차에 의지하여 걸으시는 할머니도 계셨고, 유유히 책을 읽으며 산책하는 사람도 있었다. 쉬엄쉬엄 한 바퀴 도는데 두 시간 반 정도 걸렸다. 안산 자락을 따라 목재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전체 길의 90% 이상이 이런 인공의 나무길이다. 안산은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 시민이 많이 찾는다. 등산로로 인한 자연 훼손이 심각하다. 이런 길은 토양 유실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찾아오도록 유도해 전체적인 효과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자연에 손을 어떻게 어느 정도로 대야 하는지, 케이블카 설치..

사진속일상 2014.01.11

서대문독립공원과 안산을 산책하다

서대문에 사는 첫째를 찾아간 길에 독립공원과 안산을 산책했다. 봄이 한창 무르익고 있는 날이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안산(鞍山)은 높이가 296m로 산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조망이 뛰어난 산이다. 옛날 서대문형무소가 있던 자리에 독립공원을 만들었다. 다른 어느 공원보다도 역사적 의미가 강한 곳이다. 원 위치에서 이전된 독립문이공원 한 켠에 있다. 공원에서 만난 나무와 꽃들. 흰제비꽃이 반가웠다. 안산으로 오르는 길. 조금만 올라가도 서울 시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서울 가까이에 이런 좋은 산이 있다는 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휴일인데도 산길은 사람이 별로 없이 한적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왕산과 북한산 풍경을 파노라마로 찍어 보았다. 뒤에 있는 북한산 줄기의 봉우리들은 왼쪽부터 차..

사진속일상 2012.04.29

인왕산과 안산 주변의 문화 답사

날 좋은 토요일 오후, 동료들과 인왕산과 안산을 등산하며 그주변의 문화 유적지를 둘러보는 답사길에 나섰다. 참가 인원은 13명, 근래에 드물게 많이 모였다. 이번에는 무속 방면에서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는 S선생님이 안내를 했다. 직장에서 인왕산 입구인 자하문 고개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곳이다. 자하문 고개에서 인왕산에 오르는 골목길에 들어서면 바로 현진건 집터가 나온다. 현진건(1900-1943)은 근대문학 초기 단편소설의 양식을 개척하고 사실주의 문학의 기틀을 마련한 소설가이다. 그분의 문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친일문학에 가담하지 않은 채 빈곤한 삶을 살았고, 동아일보 기자였을 당시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소 사건에 관계되어 옥고를 치른 사실 등 올곧은 삶을 사셨다는 것을 ..

사진속일상 2007.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