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인생길에서 돌아가고 싶은 길목이 있습니까 나는 갈 수만 있다면 가고 싶은 길목이 있습니다만 1978년 여름 한 달 살았던 불암산 아래 상계동 종점 가짜 보석 반지를 찍어내던 프레스가 있던 작은 공장 신개발 지구 허름한 사람들의 발걸음 먼저 자리 잡고 프레스를 밟던 불알친구 비만 오면 질척이던 골목 안 그 낮은 지붕 아래 내가 살아본 이 세상 가장 먼 북녘의 거처 돌아갈 수만 있다면 딱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만 그해 여름 안동역에서 청량리행 열차를 탄 열일곱 소년 행복과는 거리가 먼 러셀의 책 한 권 싸구려 야외전축 유행가 레코드판 몇 장 세 번째 아내를 둔 아버지가 살던 셋방을 벗어난 까까머리 전형처럼 후줄근하게 비는 내리고 청량리 앞 미주아파트 식모 살던 동생이 남몰래 끓여준 라면 한 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