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살기 힘든 날
비조차 사람 마음 긁는 날
강가에 나가
강물 위에 내리는 빗방울 보면
저렇게 살아 갈 수 없을까
저렇게 살다 갈 수 없을까
이 땅에 젖어들지 않고
젖어들어 음습한 삶내에 찌들지 않고
흔적도 없이 강물에 젖어
흘러 가버렸으면 좋지 않을까
저 강물 위에 내리는 빗방울처럼
이 땅에 한 번 스미지도
뿌리 내리지도 않고
무심히 강물과 몸 섞으며
그저 흘러흘러 갔으면 좋지 않을까
비조차 마음 부러운 날
세상 살기 참 힘들다 생각한 날
강가에 나가 나는
- 장마 / 안상학
"사는 게 다 그래." 나만 힘들다 여겨질 때 가끔 되뇌는 말이다. 나에게만 집중하면 세상의 무게를 혼자 다 뒤집어쓴 것 같지만, 이웃으로 시선을 넓히면 사람살이가 다 비슷하다는 걸 보게 된다. 산다는 것은 견뎌내는 일이다. 외로움을 견뎌내고, 슬픔을 견뎌내고,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 누구나 그렇다. 음습한 삶내에 찌들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흙으로 빚어진 땅의 족속이므로. 짧은 파문을 그리며 강물과 몸을 섞는 빗방울의 무심은 실낙원으로 쫓겨난 우리의 가련한 희망사항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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