桃紅復含宿雨
柳綠更帶朝煙
花落家童未掃
鶯啼山客猶眠
붉은 복사꽃은 간밤 비 머금어 더 곱고
버들은 새벽 안개 속에 더욱 푸르나니
꽃잎 떨어지는데 아이는 쓸 생각을 않고
꾀꼬리 우는데도 손님은 그저 잠만 자네
- 전원에 사는 즐거움 / 왕유(王維)
김홍도의 '낮잠' 그림 중 하나를 본다. 나무 아래에 누워 낮잠을 자는 노인의 모습이 유유자적이다. 이 그림에 적힌 시가 왕유(王維, 701~761)의 '전원락(田園樂)' 연작시 7수 중 여섯 번째 작품이다. 시를 그림으로 옮긴 것이라면 앞의 나무는 버드나무, 뒤는 복사꽃이리라.
그림 속 노인이 부럽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시동 하나 데리고 자연에 묻혀 속세를 잊고 살아가는 모습이 선경이 따로 없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현대인의 로망이 이 그림에 담겨 있다. 나는 멍하니 바라보며 사라져가는 꿈을 생각한다. 전원이 별건가, 마음먹기에 따라 도처가 전원이 될 수 있다는 얄팍한 위안으로 고개를 돌린다.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유물론 / 김나영 (0) | 2018.07.02 |
---|---|
팽나무가 쓰러지셨다 / 이재무 (0) | 2018.06.27 |
어디를 흔들어야 푸른 음악일까 / 문정희 (0) | 2018.06.06 |
허수아비 / 조오현 (0) | 2018.05.31 |
경이로움 / 쉼보르스카 (0) | 2018.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