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세상 환하게 밝히고
사람 살맛나게 하는 것이
살뜰한 인정말고 또 있던가
그러나 말 좋아하는 사람들이여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말하지 말라
꽃이 꽃을 속이던가
꽃이 꽃의 것을 빼앗던가
꽃이 꽃을 죽이던가
장미가 되겠다는 풀꽃이 있던가
모란이 호박꽃을 깔보던가
아침에 피는 나팔꽃이
밤에 피는 박꽃을 비웃던가
꽃은
저마다 꽃답고
꽃답게 사느니
그러므로 모든 꽃은
진실로 아름다운 것
사람 세상에
꽃처럼 사는 이가
얼마나 된다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하는가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하는가 / 예창해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들으면 거북하다. 뇌는, 그렇지 않아, 라고 계속 중얼거리기 때문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가 역설적인 절규처럼 들리는 건 나만의 삐딱한 느낌일까.
이 넓은 세상에 꽃처럼 아름답게 사는 사람이 어찌 없을까마는 내 주변이 워낙 흙탕물인 탓일까, 아니면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는 탓일까. 반짝인다고 다 보석이 아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깨진 유리 조각인 경우가 흔하다. 기대를 버려야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데가 인간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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