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오산세이 5

조몬스기

조몬스기를 알게 된 건 7년 전쯤 야마오 산세이 선생의 책을 통해서였다. 일본의 남쪽 섬 야쿠시마에 수령 7,200년의 삼나무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 가늠하기 어려운 세월을 산 나무가 보고 싶어진 건 당연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트레커에서 야쿠시마 트레킹이 있어 꿈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조몬스기 순례 여정이었다. 해발 1,300m까지 올랐다 내려오는 왕복 21km, 10시간이 걸린 힘든 길이었다. 한 달에 35일이나 비가 온다는 야쿠시마에서 이날은 쨍쨍하게 맑았다. 날씨 덕을 톡톡히 보았다. 조몬스기 할아버지는 사진으로 보던 그대로 말없이 기다리고 계셨다. 바로 전까지는 가슴이 두근거렸으나 막상 대면했을 때는 담담했다. 맑고 투명한 느낌이랄까, 올라오면서 만난 다른 삼나무 고목들과는 확연히 달..

천년의나무 2015.08.09

어제를 향해 걷다

가고 싶은 해외여행지 일순위가 일본 가고시마 남쪽에 있는 야쿠시마[屋久島]라는 섬이다. 수천 년 된 나무들이 자라는 미야노우라 산에는 수령이 7,200년이나 되는 조몬 삼나무가 있다. 이 나무를 찾아뵙고 경배하는 것이 나의 소원이다. 조몬 삼나무를 찾아가는 다큐영화 '시간의 숲'이 2년 전에 개봉되기도 했다. 그리고 야쿠시마는 야마오 산세이[山尾三省, 1938~2002] 선생이 살았던 곳이다. 마침 선생이 쓴 산문집 를 읽었다. 표지에는 선생에 대한 소개가 이렇게 적혀 있다. "시인이자 농부였고 철학자이기도 했던 야마오 산세이는 졸업장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비겁한 사람이나 하는 일이라며 와세다 대학 3학년 때 학업을 접고, 1960대 후반부터 '부족'이란 이름으로 대안 문화 공동체 운동을 시작했다..

읽고본느낌 2014.06.02

더 바랄 게 없는 삶

책장에서 야마오 산세이(山尾三省, 1938~2001)의 책 한 권을 꺼내 다시 읽어 본다. 야마오 산세이 하면 그분이 살았던 야쿠 섬과 7,200살의 조몬삼나무가 떠오른다. 에 이 나무가 소개되어 있는데, 이 나무를 만나러 야쿠 섬에 가리라고 다짐했던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은 선생이 야쿠 섬에 살면서 쓴 에세이집이다. 선생은 1960년대부터 대안문화공동체 운동을 하다가 1977년에 가족과 함께 섬에 들어와 살았다. 버려진 마을을 다시 세우고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시와 글을 발표했다. 삼라만상 온갖 것이 모두 신성한 존재임을 깨닫고 지구의 미래와 희망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이었다. 을 통해 그런 선생의 생각과 삶을 살펴볼 수 있다. 가미미에 군이 배에서 일을 하다가 실수로 식칼을 바다에 떨구고..

읽고본느낌 2012.09.04

왜 / 야마오 산세이

왜 너는 도쿄 대학에 갈 생각을 않느냐고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물었다 저는 와세다 대학에 가고 싶습니다 라고 대답했지만 그때 나는 키에르케고르 전집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미 시험 공부할 사이가 없었다 왜 너는 대학을 그만 두냐고 대학 3학년 때 아버지는 물었다 나는 방자하게도 입학할 때부터 졸업할 생각이 없었고 졸업장 갖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비겁한 사람이나 하는 일이고 중학교만 졸업한 아버지의 길에도 거스르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왜 너는 아나키스트가 되었냐고 올 삼월에 암으로 죽은 친구가 물었다 그 친구는 깊은 연민과 힘을 가지고 평생을 사랑 하나로 일관한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나는 그에게 어디나 다 중심이고 또 거기에는 그 나름의 질서가 있으니 정부 따위는 필요없는 게 아니냐고 대답하..

시읽는기쁨 2006.09.09

기도 / 야마오 산세이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바다여 우리의 병든 몸과 마음을 고쳐 주셔요 그 깊고 푸른 호흡으로 우리를 고쳐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산이여 우리의 병든 욕망을 치유해 주셔요 그 깊고 푸른 호흡으로 우리를 치유해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강이여 우리의 병든 잠을 고쳐 주셔요 그 푸른 시냇물 소리로 편안한 잠자리를 되찾게 해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우리 내면에 있는 여래여 우리의 병든 과학을 고쳐 주셔요 모든 생명에 봉사하는 과학의 길을 찾아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나무여 우리의 침울해 하고 슬퍼하는 마음을 축복해 주셔요 그 곧게 선 푸른 모습에서 우리들도 또한 조용하고 깊게 곧게 설 수 있는 길을 배울 수 있게 해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바람이여 우리들의 ..

시읽는기쁨 2004.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