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기도 / 야마오 산세이

샌. 2004. 9. 14. 14:10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바다여

우리의 병든 몸과 마음을 고쳐 주셔요

그 깊고 푸른 호흡으로 우리를 고쳐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산이여

우리의 병든 욕망을 치유해 주셔요

그 깊고 푸른 호흡으로 우리를 치유해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강이여

우리의 병든 잠을 고쳐 주셔요

그 푸른 시냇물 소리로 편안한 잠자리를 되찾게 해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우리 내면에 있는 여래여

우리의 병든 과학을 고쳐 주셔요

모든 생명에 봉사하는 과학의 길을 찾아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나무여

우리의 침울해 하고 슬퍼하는 마음을 축복해 주셔요

그 곧게 선 푸른 모습에서

우리들도 또한 조용하고 깊게 곧게 설 수 있는 길을

배울 수 있게 해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바람이여

우리들의 닫힌 호흡을 풀어 헤쳐 주셔요

그 큰 푸른 길로 해방시켜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하늘이여

우리의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혀 주셔요

그 한없이 푸른 투명함으로 진정시켜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대지여

우리들의 병든 문명 사회를 고쳐 주셔요

그 깊고 푸른 호흡의 당신을 우리에게 주셔요


- 기도 / 야마오 산세이

 

야마오 산세이(山尾三省)

1938년 도쿄에서 태어나다. 1960년대 후반부터 '부족'이란 이름으로 대안 문화 공동체를 시작하였다. 1973년 가족과 함께 1년간 네팔, 인도의 성지를 순례하였고, 1975년부터 도쿄에 호빗토 마을이란 이름의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 참여하였다. 1977년에 온 가족이 일본 남쪽의 작은 섬인 야쿠 섬의 한 마을로 이사하였다. 이곳에서 버려진 마을을 다시 세우며 그곳의 산과 바다, 그리고 그 안의 모든 목숨붙이를 스승으로 삼아 한없이 자기를 초극해 가려는 구도자로서의 삶을 사는 한편 농사일 틈틈이 시와 글을 쓰는 문필 활동을 하며 살다가 2001년 8월에 그의 영혼의 별인 '오리온의 세 별'로 돌아갔다.


'이 세계에는 여러 가지 피라미드가 설치돼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는 전 세계를 모조리 뒤덮고 있는 중앙 집권적인 정치 형태이다. 러시아와 미국에서, 중국과 일본에서 사람들은 이 피라미드를 만드는 하나의 작은 돌에 지나지 않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정치 세계만이 아니다. 세계 전체로 퍼져 있는 기독교, 불교, 회교, 힌두교와 같은 종교의 세계도 역시 욕망의 피라미드를 만드는 합법적인 방법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중세의 유럽이 종교 피라미드의 모양을 잘 나타내고 있다. 힌두교 신자들에 의한 카스트 제도 또한 같은 욕망에 뿌리를 두고 유지돼 가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이 피라미드의 암흑 속에 있다. 학교에 간다. 그것은 계단을 하나 올라가는 일이다.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온다. 이것도 또한 계단을 하나 올라가는 행위다. 회사에 들어간다. 계장이 된다. 또 계단을 하나 올라간다. 스스로 원하며 그와 같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 욕망의 대 피라미드 속의 작은 돌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 욕망의 피라미드가 지배하지 않는 곳이 이 세상에는 한 군데도 없다.

우리 '부족'의 인간은 이와 같은 피라미드의 게임에 참가하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경찰관을 앞세운 법률이란 대 권력이 있다는 것을 안 우리는, 더욱이 그들 권력이 금전에 대한 욕망과 견고하게 유착돼 있다는 것을 안 우리는, 이 사회를 버리고 정해진 직업이 없는 방랑자가 되었다.

왜 사람과 사람은 서로 죽이며 싸우고 있는가? 왜 집에는 담이 있는가? 왜 국가가 존재하고, 전쟁이 있는가?

문명은 생명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수도는 멸균이 되었지만 물맛을 잃었다. 형광등은 밝지만 세포를 파괴한다. 차는 빠르지만 걷기를 잊어버리게 만든다.

맨 발로 흙을 밟을 때 우리의 세포는 얼마나 기뻐하는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그 생명의 약동을 우리는 다시 이 세상에 부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의 공동체 실험 중 흥미를 끄는 것 중 하나는 공동체의 경제 문제를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 것이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무소유의 생활을 실천하고 있는데, 공동체 가운데에는 'free box'라는 이름의 상자가 마련되어 있다. 돈은 각자가 알아서 쓰고 남는 것은 이 상자에 넣는다. 모자라는 사람은 여기서 가져간다.

'이 상자 하나로부터 세계 경제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모든 경제학자가 달라붙어서도 해결할 수 없었던 바로 그 문제를 우리들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요컨대 돈이 있는 사람은 이 상자 안에 넣는다. 돈이 없는 사람은 이 상자 안에서 가져간다. 아아, 어째서 이처럼 간단한 일을 우리는 이제까지 몰랐단 말인가. 자유의 상자여, 늘 채워지고 비워지기를.'


야마오의 저서는 '여기에 사는 즐거움'으로 우리에게 소개되었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배움과 동경의 여행은 끝나고 여기에 사는 게 시작된다. 여기에 산다고 하는 것은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인생 여행의 참다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