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山中問答 / 조지훈

샌. 2004. 8. 31. 14:32

'새벽닭 울 때 들에 나가 일하고

달 비친 개울에 호미 씻고 돌아오는

그 맛을 자네 아능가'


'마당 가 멍석자리 쌉살개도 같이 앉아

저녁을 먹네

아무데나 누워서 드렁드렁 코를 골다가

심심하면 퉁소나 한가락 부는

그런 멋을 자네가 아능가'


'구름 속에 들어가 아내랑 밭을 매면

늙은 아내도 이뻐 뵈네

비온 뒤 앞개울 고기

아이들 데리고 낚는 맛을

자네 太古적 살림이라꼬 웃을라능가'


'큰일 한다고 고장 버리고 떠나간 사람

잘 되어 오는 놈 하나 없네

소원이 뭐가 있능고

해마다 해마다 시절이나 틀림없으라고

비는 것 뿐이제'


'마음 편케 살 수 있도록

그 사람들 나라일이나 잘하라꼬 하게

내사 다른 소원 아무것도 없네

자네 이 마음을 아능가'


老人은 눈을 감고 환하게 웃으며

막걸리 한 잔을 따뤄 주신다.


'예 이 맛을 알만합니더'


靑山 白雲아

할 말이 없다.

 

- 산중문답(山中問答) / 조지훈

 

같은 제목을 가진 이백(李白)의 시도 있다.

 

問余何事棲碧山 왜 푸른 산중에 사느냐고 물어봐도
笑而不答心自閑 대답 없이 빙그레 웃으니 마음이 한가롭다.
桃花流水杳然去 복숭아꽃 흐르는 물 따라 묘연히 떠나가니
別有天地非人間 인간세상이 아닌 별천지에 있다네.

 

거긴 인간의 말과 생각과 시시비비가 끊어진 곳이다.

그냥

'왜 사냐건.... 웃지요.....'이다.

 

벌써 가을 바람이 서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