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이 있고
들리지 않아도
소리내는 것이 있다
땅바닥을 기는 쇠비름나물
매미를 꿈꾸는 땅 속 굼벵이
작은 웅뎅이도 우주로 알고 사는
물벼룩 장구벌레 소금쟁이 같은
그것들이 떠받치는
이 지구 이 세상을
하늘은 오늘도 용서하신다
사람 아닌 그들이 살고 있어서
- 용서받는 까닭 / 유안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인간이 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고만장해진 인간족 말고 이 말에 동의할 생물은 없을 것 같다. 땅도 하늘도 침묵하고 있지만 가만히 눈 감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잘 살아 보자는 명분 아래 환경을 파괴하고 다른 생명을 멸종시키며 그러고도 당당하게 큰 소리만 치고 있다.
스스로의 묘혈을 파면서도 그걸 지혜로 착각하고 있다.
천성산의 도룡뇽이 뭐가 대수냐며 돈 몇백 억 절약되는 궁리를 하느라 한 사람이 죽어가고 있어도 눈 깜짝하지 않는다. 이런 저런 논리에 논란도 많다.
지율 스님 단식 56일째!
청와대 앞의 풍경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도룡뇽이 사라지는 땅에서 사람은 온전히 살 수 있을까?
우리 자신과 우리들 후손을 위해서도 뭇 생명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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