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닭 울 때 들에 나가 일하고
달 비친 개울에 호미 씻고 돌아오는
그 맛을 자네 아능가'
'마당 가 멍석자리 쌉살개도 같이 앉아저녁을 먹네
아무데나 누워서 드렁드렁 코를 골다가
심심하면 퉁소나 한가락 부는
그런 멋을 자네가 아능가'
'구름 속에 들어가 아내랑 밭을 매면늙은 아내도 이뻐 뵈네
비온 뒤 앞개울 고기
아이들 데리고 낚는 맛을
자네 太古적 살림이라꼬 웃을라능가'
'큰일 한다고 고장 버리고 떠나간 사람잘 되어 오는 놈 하나 없네
소원이 뭐가 있능고
해마다 해마다 시절이나 틀림없으라고
비는 것 뿐이제'
'마음 편케 살 수 있도록그 사람들 나라일이나 잘하라꼬 하게
내사 다른 소원 아무것도 없네
자네 이 마음을 아능가'
老人은 눈을 감고 환하게 웃으며막걸리 한 잔을 따뤄 주신다.
'예 이 맛을 알만합니더'
靑山 白雲아할 말이 없다.
- 산중문답(山中問答) / 조지훈
같은 제목을 가진 이백(李白)의 시도 있다.
問余何事棲碧山 왜 푸른 산중에 사느냐고 물어봐도
笑而不答心自閑 대답 없이 빙그레 웃으니 마음이 한가롭다.
桃花流水杳然去 복숭아꽃 흐르는 물 따라 묘연히 떠나가니
別有天地非人間 인간세상이 아닌 별천지에 있다네.
거긴 인간의 말과 생각과 시시비비가 끊어진 곳이다.
그냥
'왜 사냐건.... 웃지요.....'이다.
벌써 가을 바람이 서늘하다.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미 / 이면우 (2) | 2004.09.11 |
---|---|
자작나무의 입장을 옹호하는 노래 / 안도현 (1) | 2004.09.06 |
용서받는 까닭 / 유안진 (5) | 2004.08.24 |
그 날이 오면 / 심훈 (4) | 2004.08.15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4) | 2004.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