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 12

남한산성 얼레지(2024/4/8)

얼레지가 지고 있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남한산성을 찾았다. 사기막골에서 계곡을 타고 올라 능선 왼쪽으로 가면 검단산이 나오는데 이 주변에 얼레지가 핀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피는 얼레지다. 얼레지를 처음 본 것이 30년 전 천마산에서였다. 그때 첫 느낌이 "참 당돌한 꽃이구나"라는 것이었다. 고개를 숙이고는 있지만 꼿꼿이 서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당당하게 과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꽃 모양이 연 날릴 때 실을 감는 도구인 얼레와 비슷하다고 해서 얼레지란 이름이 붙었다고 옆의 선배가 설명해 주었다. 나는 내심 마를린 먼로가 떠올랐다. 지하철 환풍구 바람에 치마가 위로 올라간 명장면 말이다. 얼레지의 젖혀진 꽃잎이 꼭 그러했다. 그 뒤로 거의 매해 여러 산에서 얼레지를 만났다. 얼레지는 언제 봐도 찬..

꽃들의향기 2024.04.09

곰배령과 불바라기약수

점봉산 일대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점봉산은 2026년까지 출입 통제이고, 곰배령도 하루 입장 인원을 450명으로 제한한다. 미리 예약하는 것이 필수다. 곰배령의 별칭이 '천상의 화원'이다. 여름 꽃밭이 유명하지만 사계절 어느 때나 야생화를 한껏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이번에 트레커 팀과 1박2일에 걸쳐 곰배령, 불바라기약수를 둘러보았다. 5월 중순이라 들꽃에는 어중간한 시기지만 역시 곰배령은 이름값을 했다. 얼레지를 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곰배령은 수도권 산보다 한 달 이상 계절이 늦다. 쥐오줌풀 참꽃마리 병꽃나무 졸방제비꽃 벌깨덩굴 미나리아재비 개별꽃 미나리냉이 피나물 현호색 줄딸기 홀아비바람꽃. 정상부에는 홀아비바람꽃 군락이 대단했다. 회리바람꽃 양지꽃 동의나물..

사진속일상 2019.05.19

흰얼레지

산자락에 여럿이 몰려 있어 가 보니 흰얼레지를 찍는 사람들이었다. 흰얼레지 둘레로 빙 둘러앉거나 엎드려 카메라를 겨누고 있고, 나머지는 뒤에 대기하고 있었다. 흰얼레지의 인기가 대단했다. 화야산에서였다. 어릴 적에 사촌 형으로부터 백사(白蛇)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뱀이 이슬과 산삼만 먹고 자라면 백사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백사만 한 명약이 없다는 것이었다. 거의 불로장생급이었다. 흰얼레지도 아마 그만한 명성을 누리지 않는가 싶다. 분홍색인 얼레지에 비해 흰얼레지는 하얀색이고 수술도 노랗다. 금방 눈에 띈다. 그렇지만 흰얼레지를 만나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네 잎 클로버 찾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만큼 개체 수가 적다. 얼레지가 지천인 산이라도 겨우 한두 개체 있을 정도다. 무엇이..

꽃들의향기 2018.04.05

화야산 얼레지

화야산은 수도권에서 얼레지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산이다. 큰골계곡을 따라 얼레지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이맘때가 되면 화야산은 얼레지를 찍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 산이지만 다시 찾는데 긴 시간이 걸렸다. 10년도 더 되었다. 이번에는 화야산장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얼레지 구경을 했다. 얼레지가 너무 많으니 사진 찍는 데는 도리어 혼란스러웠다. '얼레지'라고 이름을 알려줬더니 자꾸만 '엘레지' 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게 익숙한 모양이었다. 너무 화려하게 되면 슬픔과도 통하니, 얼레지의 별명을 엘레지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얼레지의 날씬하고 고운 분홍색 자태는 봄의 여왕이라 할 만하다. 수줍은 듯 꽃잎을 오므린 얼레지가 있고, 꽃잎을 뒤로 젖힌 당돌한 얼레지도 있다. 같은 얼레지지..

꽃들의향기 2018.04.04

축령산의 봄꽃

얼레지를 보려고 축령산에 갔지만 때를 놓쳤다. 얼레지 꽃밭은 예전과 마찬가지였지만 대부분은 이미 시들었다. 몇 송이 남은 놈과 눈인사를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대신 다른 꽃들은 많이 만났다. 봄의 가운데서 오랜만에 꽃 호사를 즐긴 날이었다. 얼레지 피나물 댓잎현호색 점현호색 산괴불주머니 털제비꽃 졸방제비꽃 고깔제비꽃 족두리풀 노랑제비꽃

꽃들의향기 2017.04.25

운길산 봄꽃

운길산 세정사(世淨寺) 계곡으로 봄꽃을 보러 갔다. 넓고 밀도 높은 꽃밭이 펼쳐졌고, 다양한 꽃이 피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꿩의바람꽃이 제일 많았다. 계곡 위쪽으로는 얼레지 군락이 있었다. 개체 수는 많았지만 아쉽게도 볼품은 10% 부족했다. 계곡의 어수선하고 복잡한 곳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게 어려웠다. 얼레지 꿩의바람꽃 괭이눈 큰괭이밥 산괴불주머니 현호색 ? 피나물 중의무릇

꽃들의향기 2014.04.02

축령산 얼레지

얼레지 개화 시기를 맞추지 못했다. 올해는 꽃 피는 때가 늦어 적당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축령산 얼레지는 이미 지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원래 계획대로 광덕산으로 가는 게 나을 뻔했다. 얼레지 꽃밭이었지만 정작 사진에 담을 녀석은 별로 없었다. 늦둥이가 있어 겨우 몇 장 찍을 수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축령산 얼레지를 보려면 4월 20일 경에 찾는 게 제일 적당할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11.05.08

천마산 팔현계곡

오늘은 봄꽃을 만나러 천마산 팔현계곡을 찾았다. 나에게 천마산은 무척 고마운 산이다. 대부분의 산들이 봄철 화재 예방으로 입산을 통제하는데 천마산은 예전부터 완전 개방되고 있다. 봄철의 화야산을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지만 입산 금지로몇 년째 아쉬움만 달래고 있다. 삼림 보호에는 공감하지만 일률적인 무조건의 통제는 재고해줬으면 좋겠다. 사전 신청을 받아 제한된 인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했다. 몸이 불편한 아내가 산에 오르는 것도 거의 1 년 가까이 되지 않았나 싶다. 마치 소픙 가듯이 도시락을 싸가지고 아침 일찍 출발했다. 어제보다도 더 맑고 따뜻해진 완연한 봄날이었다. 계곡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을 비롯한 여러 꽃들이 반겨주었다. 역시 천마산은 달..

꽃들의향기 2010.04.08

연인산의 봄

히말라야 파트너였던 J와 연인산(戀人山 1068 m, 경기 가평)에 가기 위해 청량리역에서 7 시 50 분 발 춘천행 기차를 탔다. 이번 길은 J의 제의로 갑자기 성사된 번개산행이었다. 좌석은 매진되고 입석표밖에 없었지만 오랜만에 타보는 경춘선 열차라 서서 가도 기분이 좋았다. 우리 둘은 열차 출입구에 서서 바깥 경치를 구경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맞은 편에서는 젊은 연인 둘이 아무 말도 없이 꼭 껴안고 있었다. 청량리에서 가평까지 가는데 1 시간 20 분이 걸렸다. 버스터미널로 가다가 작년에 퇴직하신 C 선생님을 우연히 만났다. 그래서 그분의 차로 등산 기점인 백둔리까지 손쉽게 갈 수 있었다. C 선생님은 야생화 사진을 찍으러서울에서 내려오시던 길이었다. 산행은 백둔리에서 시작하여 취수장 옆 작..

꽃들의향기 2009.05.04

얼레지(2)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모든 꽃은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사진을 찍어보면 보이는대로 예쁘게 잘 찍히는 꽃이 있고, 아름다움이 잘 표현되지 못하는 꽃도 있다. 꽃의 색깔이나 모양, 키 등에 따라서 그런 차이가 생기는데, 나 같은 경우는 흰색이나 강한 원색의 색깔인 경우와 함께 키가 작은 꽃을 찍기가 어렵다. 얼레지는 소위 사진발이 잘 받는 꽃이다. 연분홍색 색깔하며 멋들어진 자태가 아주 빼어난 모델이다. 얼레지를 볼 때마다 받는 인상은 그 요염함과 당당함이다. 꽃잎을 활짝 뒤로 젖히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모습은 세상의 그 무엇에도 거리낌이 없다는 태도다. 접사를 위해 꽃의 가운데 부분에 렌즈를 가져가면 화려한 색깔과 무늬에 다시 한 번 놀란다. 그 황홀한 자태에..

꽃들의향기 2006.04.29

화야산의 봄꽃

봄꽃을 보러 화야산 큰골을 찾아갔다. 화야산은 처음 가보는 산이다. 부근을 지나다니기는 했지만 산에 들어가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첫길이어선지 큰골입구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꽃을 보러 갈 때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그러나 요사이는 꽃이 피는 장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어서 나같이 개인적으로 다니는 사람들은 애로가 많다. 화야산에서 찍은 사진이 많이 올라오면 산 지도를 보고 그냥 계곡을 찾아가 보는 수밖에 없다. 희귀한 꽃이라면 보호 차원에서 비공개하는 것에 이의를 달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대체적인 장소를 밝혀줬으면 어떨까 싶다. 이번에는 큰골을 선택했는데 다행히도 많은 봄꽃을 볼 수 있었다. 제비꽃, 현호색, 얼레지, 처녀치마, ..

꽃들의향기 2006.04.06

얼레지

야생화는 대체로 작고 아담하다. 그리고 화단에서 피는 화려한 꽃들에 비해 소박, 단순하다. 그렇지 않은 예외 중의 하나가 얼레지이다. 처음 얼레지를 만났을 때 와- 하는 감탄사와 함께 눈이 번쩍 뜨였던 기억이 난다. 쉽게 눈에 띄는 큰 꽃잎. 요염하다 싶을 정도의 밝고 화려한 색깔. 당돌하게 꽃잎을 뒤로 활짝 젖힌 당당함. 그러나 고개를 다소곳하게 숙인 모습에서는 단아함도 느껴진다. 하여튼 다른 야생화와는 분위기가 다른 꽃이다. 얼레지는 크게 무리를 지어 피어 난다. 특히 축령산과 천마산의 얼레지 꽃밭은 가히 환상적이다. 이른 봄,마른 땅을 붉게 물들이는 얼레지 꽃밭이 기다려진다.

꽃들의향기 2003.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