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

[펌] 오늘이 인생이다

고등학교 시절, 수업만 들어오면 “내가 선생질이나 하며 썩을 사람이 아닌데 말이야” 따위 한탄이나 늘어놓는 교사가 있었다. 그는 학교에서 가장 학벌이 좋은 교사였지만 동시에 학생들에게서 가장 경멸받는 교사였다. 어느 날 그가 말했다. “계집애 만나러 다니고 고고장 가고 하는 건 대학 가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걸 지금 못해서 안달하는 새끼들이 있단 말이지.” 사람 같아야 상대를 하지, 다들 그가 무슨 소리를 하든 잠자코 있는 편이었는데 그날은 한 녀석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때 하는 거하고 지금 하는 거하고 같습니까?” 수업은 중단되고 녀석은 교무실로 끌려가 종일 곤욕을 치러야 했지만 녀석의 말은 내게 남았다. 한국 부모들은 대개 아이의 인생을 준비기와 본격기로 나누는 경향이 있다. 그들에게..

길위의단상 2010.05.07

오늘 / 구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 오늘 / 구상 구도(求道)의 길이란 종국에는 '존재의 기쁨'에이르는 것이 아닐까. 그 단계에서는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 한다는 도덕적 명령이 아니라, 삶은 존재의 근원에서 나오는 희열의 표현이 된다. 무엇을 이루었다거나 무엇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순수하게 존재 자체에서 나오는 행복이 된다. 나에게 주어진..

시읽는기쁨 2007.10.23

오늘의 노래 / 이희중

심야에 일차선을 달리지 않겠습니다 남은 날들을 믿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 할 일은, 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건강한 내일을 위한다는 핑계로는 담배와 술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헤어질 때는 항상 다시 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겠습니다 아무에게나 속을 보이지 않겠습니다 심야의 초대를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신도시에서는 술친구를 만들지 않겠습니다 여자의 몸을 사랑하고 싱싱한 욕망을 숭상하겠습니다 건강한 편견을 갖겠습니다 아니꼬운 놈들에게 개새끼, 라고 바로 지금 말하겠습니다 완전과 완성을 꿈꾸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늙어가는 것을 마음 아파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오늘 살아 있음을 대견해하겠습니다 어둡고 차가운 곳에서 견디기를 더 연습하겠습니다 울지 않겠습니다 - 오늘의 노래 / 이희중 중요한 것은 지금 이곳에서의 나의 기쁨..

시읽는기쁨 200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