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수업만 들어오면 “내가 선생질이나 하며 썩을 사람이 아닌데 말이야” 따위 한탄이나 늘어놓는 교사가 있었다. 그는 학교에서 가장 학벌이 좋은 교사였지만 동시에 학생들에게서 가장 경멸받는 교사였다. 어느 날 그가 말했다. “계집애 만나러 다니고 고고장 가고 하는 건 대학 가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걸 지금 못해서 안달하는 새끼들이 있단 말이지.” 사람 같아야 상대를 하지, 다들 그가 무슨 소리를 하든 잠자코 있는 편이었는데 그날은 한 녀석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때 하는 거하고 지금 하는 거하고 같습니까?” 수업은 중단되고 녀석은 교무실로 끌려가 종일 곤욕을 치러야 했지만 녀석의 말은 내게 남았다. 한국 부모들은 대개 아이의 인생을 준비기와 본격기로 나누는 경향이 있다. 그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