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오늘의 노래 / 이희중

샌. 2006. 5. 9. 13:36

심야에 일차선을 달리지 않겠습니다

남은 날들을 믿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 할 일은, 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건강한 내일을 위한다는 핑계로는

담배와 술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헤어질 때는 항상

다시 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겠습니다

아무에게나 속을 보이지 않겠습니다

심야의 초대를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신도시에서는 술친구를 만들지 않겠습니다

여자의 몸을 사랑하고 싱싱한 욕망을 숭상하겠습니다

건강한 편견을 갖겠습니다

아니꼬운 놈들에게 개새끼, 라고 바로 지금 말하겠습니다

완전과 완성을 꿈꾸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늙어가는 것을 마음 아파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오늘 살아 있음을 대견해하겠습니다

어둡고 차가운 곳에서 견디기를 더 연습하겠습니다

울지 않겠습니다

 

- 오늘의 노래 / 이희중

 

중요한 것은 지금 이곳에서의 나의 기쁨이며 행복이다. 어떤 사람이라도 행복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지금 웃지 못할 이유는 없다. 미래의 환상에 속아서는 안된다.

 

시인은 아마 신도시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다 교통사고로 숨진 친구를 슬프게 추억하는 것 같다. 그리고 친구의 이런 목소리를 들었지 않았나 싶다.

 

'더 이상 완전을 지향하며 자신을 들볶지 말 것! 지금 그대로의 너를 아낌없이 좋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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