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듯 / 백무산

샌. 2006. 5. 13. 07:39

잊은 듯

깜박 잊은

 

이슬방울이

서로 만난

 

불을 이고

폭풍우 바다를 이고

사뿐한

 

눈 한번 감은 듯이

천년 흐른

 

나인 듯

너인

 

- 듯 / 백무산

 

'듯'이라는 말이 이렇듯 아름다운 줄 이제야 알았다. '듯'은 분별과 단정의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모호함이 아니라, 이것과 저것을 모두 포용하는 긍정과 상생의 세계를 나타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물과 불, 순간과 영원, 나와 너가 '듯'이라는 한 마디에 다 녹아 있다.

 

이 시에는 '반가사유상'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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