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은 듯
깜박 잊은
듯
이슬방울이
서로 만난
듯
불을 이고
폭풍우 바다를 이고
사뿐한
듯
눈 한번 감은 듯이
천년 흐른
듯
나인 듯
너인
듯
- 듯 / 백무산
'듯'이라는 말이 이렇듯 아름다운 줄 이제야 알았다. '듯'은 분별과 단정의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모호함이 아니라, 이것과 저것을 모두 포용하는 긍정과 상생의 세계를 나타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물과 불, 순간과 영원, 나와 너가 '듯'이라는 한 마디에 다 녹아 있다.
이 시에는 '반가사유상'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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