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오늘 / 구상

샌. 2007. 10. 23. 13:03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 오늘 / 구상

 

구도(求道)의 길이란 종국에는 '존재의 기쁨'에이르는 것이 아닐까. 그 단계에서는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 한다는 도덕적 명령이 아니라, 삶은 존재의 근원에서 나오는 희열의 표현이 된다. 무엇을 이루었다거나 무엇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순수하게 존재 자체에서 나오는 행복이 된다.

 

나에게 주어진 지금 여기, 뭇 존재들과 함께 춤추고 있는 이 순간은 감동이고 신비며 축복이다. 오늘을 사는 것은, 영원을 사는 것이라 한다. 영원과 만나는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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