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2

언제까지 운전할 수 있을까

내가 다른 사람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운전이다. 운전대를 잡으면 기분이 고양되면서 엔도르핀이 샘솟는다. 종일 운전해도 피곤하거나 질리지 않는다. 무엇이건 즐기면 힘든 줄을 모른다. 나는 즐기면서 운전을 한다. 젊었을 때는 드라이브가 취미였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었다. 속력을 높여 고속도로를 달리면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렸다. 국도는 국도대로 달리는 맛이 있었다. 집 벽에는 대형 우리나라 전도가 걸려 있었는데, 내가 운전한 길은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우리나라 전체를 빨간색으로 덮는 게 목표였다. 그래서 안 간 길을 찾아 일부러 빙 돌아가는 일이 흔했다. 운전을 직업을 선택했다면 훨씬 더 인생을 즐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언젠가 캐나다를 동서로 횡단하는 트럭 기사 스토리를 TV로 보았다. ..

길위의단상 2019.05.16

사돈 남 말 하시네

애당초 성질 까칠한 P의 차를 타는 게 잘못이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의 시간이 가슴 졸이는 가시방석이었다. 차가 정체되어 짜증을 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제발 길이 막히지 않기만을 빌었고 다행히 길은 짧은 구간만 제외하고 소통이 잘 되었다. P는 다른 사람의 잘못하는 꼴을 보아 넘기지 못하는데 특히 운전 중에는 더 심하다. 다른 차가 무리하게 끼어들면 클랙슨을 울리고 전조등을 깜박이며 경고를 줘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 그렇게 몇 번이나 충돌이 일어날 뻔한 아슬아슬한 경우가 있었다. 그러다 결국 사단이 벌어졌다. 앞의 차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푸른 신호등에서 정차를 했고 신호등은 이내 적색으로 바뀌었다. 네거리를 제때 통과하지 못해 화가 잔뜩 난 P는 연신 클랙슨을 눌러댔다. 내가 봐도..

길위의단상 2009.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