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되어 좋은 점은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일어나서 본 아침 하늘이 좋아 배낭을 꺼내어 길을 나선다. 이천에 있는 원적산(員寂山, 564m)을 찾아간다.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황금 들판은 그저 바라만 봐도 넉넉하다. 영원사에 주차를 하고 산에 든다. 행복한 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이처럼 조용한 산길을 걸을 때라고 대답하겠다. 특히 가을산은 홀로 산행이 어울린다. 동행이 없어도 외롭지 않은 계절이 가을이다. 출발해서 20여 분 정도 일정한 경사의 오르막을 오르면 안부에 이른다. 이마에 맺힌 땀을 시원한 산바람에 식힌다. 이 뒤부터는 원적산과 천덕봉이 능선을 따라 이어져 있다. 원적산 정상 표석. 가운데 멀리 추읍산이 보인다. 원적산 정상에서는 이천 너른 들판이 한눈에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