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사람이 그리워 헤매던 나그네 짚신 밑에서 태어났다. 이름 모를 꽃과 풀을 밀어내며 나는 자랐다. 햇살과 바람에 몸을 내주면 되었다. 많은 것들이 나를 밟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몸살을 앓으며 상처를 키웠다. 슬픔은 잡초처럼 자라났고 상처는 굳은살이 되어 박혔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나갔다. 더러는 혼자였고 더러는 여럿이었다. 만나고 헤어지고 헤어지고 만나는. 그들은 웃고 울며 그리워했다. 나는 그저 묵묵히 그들의 말을 들어주었다. 시간이 흐른다.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다시 나는 혼자가 되었다. 가끔 지나는 산새만이 나를 알아주었다. 내 어깨에 뿌리내린 소나무만이 나를 알아주었다. 서로 엉켜있는 풀들만이 나를 알아주었다. 시간이 계속 흐른다. 누군가 나를 찾아왔다. 곧 많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