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의 5

견리망의(見利忘義)

'교수신문'에서는 연말이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올해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의로움을 잊고 이익만 챙긴다'는 뜻으로, 전국 교수 1,300여 명이 뽑았다. 안중근 의사의 붓글씨로 유명한 '견리사의(見利思義)'를 뒤집어서 만든 말인 것 같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를 들라면 극심한 이기주의가 아닐까 한다. 옛날이라고 인간성이 달랐을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의로움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제는 다들 철면피가 되고 뻔뻔해졌다. 도시와 시골, 잘 사는 이나 못 사는 이나 차이가 없다. 세상은 약육강식의 정글이 되었고,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되었다. 견리망의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정치판이다. 자신이나 정파의 이익을 위해서는 의로움 따위는 헌신짝만..

길위의단상 2023.12.17

위기의 한국 교육

일전에 지인으로부터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한탄하는 소리를 들었다. 지인의 딸이 초등학교 교사여서 학교 상황을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는 모양이다. 교실 붕괴라는 말은 내가 현장에 있을 때부터 쓰였지만 지인의 말을 들어보면 차마 교육이란 말을 쓸 수가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우선 아이들이 통제가 안 된다. 수업 중에 제멋대로 돌아다녀도 제어할 수단이 없다. 요사이는 벌을 준다고 교실 뒤나 복도에 세워놓는 것도 인권침해라고 항의가 들어온다고 한다. 아이의 다리를 아프게 하고 학습권을 박탈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해도 수긍하지 않을뿐더러 심하면 아동 학대로 고소당하기도 한다. 내 아이만 귀한 줄 아는 학부모의 행태는 보도에서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단체여행을 가는 아이 뒤를 따라와 제 아이의 잠..

길위의단상 2023.06.20

왜 그럴까, 우리는 / 이해인

자기의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는 그리도 길게 늘어놓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에는 전혀 귀기울이지 않네 아니, 처음부터 아예 듣기를 싫어하네 해야 할 일 뒤로 미루고 하고 싶은 것만 골라 하고 기분에 따라 우선 순위를 잘도 바꾸면서 늘 시간이 없다고 성화이네 저 세상으로 떠나기 전 한 조각의 미소를 그리워하며 외롭게 괴롭게 누워 있는 이들에게도 시간 내어주기를 아까워하는 건강하지만 인색한 사람들 늘 말로만 그럴듯하게 살아 있는 자비심 없는 사람들 모습 속엔 분명 내 모습도 들어 있는 걸 나는 알고 있지 정말 왜 그럴까 왜 조금 더 자신을 내어놓지 못하고 그토록 이기적일까, 우리는.... - 왜 그럴까, 우리는 / 이해인 세밑에 이르렀다. 아쉬움과 회한이 많이 남는 해다. 나이를 먹는다..

시읽는기쁨 2016.12.30

나는 개인주의자다

아내한테서 이기적이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두 딸도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그런 점에서 불만인 것 같다. 이기주의자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른 사람이나 사회 일반에 대해서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이나 행복만을 고집하는 사람이라 나와 있다.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더라도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이기주의자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이다. 배려가 부족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건 억울하다. 사고나 행동의 중심에 나를 두고 있지만 결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는다. 내가 소중한 만큼 타자 역시 소중한 존재임을 인정한다. 내가 간섭받기 싫은 만큼 타인에게 간섭하지 않는다. 인간은 각자가 독립된 인격체다. 가족 사이라도 폐를 끼치거나 짐이 되는 것에 반대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기..

참살이의꿈 2015.10.27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

야간에 운전하다 보면 유난히 밝은 전조등을 켜고 있는 차량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그 숫자가 점점 늘어나 곧 경찰에서 단속할 계획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불법으로 개조한 이 전조등은 밝기가 정상 전조등의 10여 배에 달해 맞은 편 운전자에게 일시적인 시력 상실을 일으키고 잘못하면 대형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운전 중에 이런 전조등을 만나면 눈이 부시면서 굉장히 짜증이 난다. 푸르스름한 색깔도 긴장과 불쾌감을 유발한다. 이런 불법 전조등을 장착하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기 힘들다. 전조등이 밝으니 자신이 운전하기에 편한 것은 틀림없으나 다른 사람이 받을 불편한 입장을 고려한다면 도저히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작금의 우리 사회 분위기가 그대..

길위의단상 2007.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