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

샌. 2007. 3. 31. 11:50

야간에 운전하다 보면 유난히 밝은 전조등을 켜고 있는 차량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그 숫자가 점점 늘어나 곧 경찰에서 단속할 계획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불법으로 개조한 이 전조등은 밝기가 정상 전조등의 10여 배에 달해 맞은 편 운전자에게 일시적인 시력 상실을 일으키고 잘못하면 대형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운전 중에 이런 전조등을 만나면 눈이 부시면서 굉장히 짜증이 난다. 푸르스름한 색깔도 긴장과 불쾌감을 유발한다.

이런 불법 전조등을 장착하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기 힘들다. 전조등이 밝으니 자신이 운전하기에 편한 것은 틀림없으나 다른 사람이 받을 불편한 입장을 고려한다면 도저히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작금의 우리 사회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 남이야 어찌 되든 나만 편하고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 전조등 말고도 세상살이를 빡빡하게 만드는 행태는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피곤해지는 경우를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경험한다. 너무나 당당하게 그런 행동들을 하기 때문에 도리어 주변 사람들이 멋적어질 때도 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우리에게는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칭호도 들었다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망가졌는지 모르겠다. 이런 경향은 나이 든 사람보다는 젊은이들에게서 더 심하다.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에서도 입시경쟁에 밀려 예절이나 생활교육은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그것이 학교교육만으로 시정될 일이 아니어서 우리 사회 전체에 대한 반성을 아니할 수 없다.

정신 보다는 물질 가치 우선의 사회, 협동 보다는 경쟁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회가 이런 도덕적 불감증에 걸린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다. 누가 누구를 탓할 필요가 없다. 바로 우리들이 그런 아이들을 만들고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현재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열심히 산다는 의미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하는지를 성찰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는 있다고 본다.

사회의 기초 단위는 가정인데 산업화된 가정은 근원적 관점에서 가정의 의미를 상실했다. 어느 강연에서 현대의 가정은 버스정류장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참 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을 했다. 노인의 지혜나 경륜, 조상들의 삶의 역사가 묻어있는, 진정한 노동이 있고 가족간의 끈끈한 유대가 있는 전통적 의미의 가정은 이미 해체되었다. 폭력적인 현대문명이 이런 전통적 가정을 이기적이고 소비지향적인 가정으로 대체시킨 것이다. 그 속의 구성원들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대신에 적대시하고 심지어 상품화까지 시킨다. 사람의 가치가 돈에 의해 결정되고, 사람을 돈으로 사고팔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너무나 위험하다. 우리는 자본주의호라는 열차를 타고 그런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개인의 이기주의가 경제 성장이나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말은 경제학 이론에서는 맞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행복의 원동력이 되지는 못한다. 자본 중심의 이기주의에 기초한 사회에서는 내가 가진 것 대부분이 다른 존재들에게서의 착취로 만들어진 것이다. 제 3 세계의 값싼 노동력이나 황폐해지는 자연의 모습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거기서는 사람이나 다른 생명체, 또는 지구 자원이 오직 내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농작물이 '식량무기'라는 살벌한 이름으로 둔갑되기도 하고, 사람이 '인적자원'이라는 말로불리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아무리 부자나라가 되더라도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구성원들이 가득한 나라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남의 피해는 아랑 곳없이 불법 전조등을 거리낌없이 달고 다니는 몰염치한 사람들이 많은 우리나라가 그래서 싫다.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 차라리 가난했지만 정겨웠던, 차도 없고 새만금 방조제도 없었던 옛 시절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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