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모두 훌륭해 보이는 날엔 꽃 사들고 돌아와 아내와 즐겼노라 이시카와 도쿠보쿠(1886-1912). 26세로 요절한 천재 시인. 짧은 생애동안 세상과 불화하고 가난에 시달리다 폐결핵으로 죽은 불행한 시인. 시인은 요즈음 말로 하면 ‘루저’라고 불렸을까? 아내마저 생활고로 집을 나간 뒤 시인은 자살을 결심하기도 한다. 불행하게도 어머니와 아내 역시 시인과 비슷한 시기에 폐결핵으로 사망하고, 남은 두 딸도 어린 나이에 모두 폐결핵으로 죽는다. 이 시에서는 고단한 현실을 초월하려는 자족의 경지가 엿보이기도 하지만 어쩐지 인생의 본원적인 슬픔 같은 게 느껴진다. 승화된 정신만으로는 이겨내기 힘든 현실의 벽 같은 것. 이시카와는 짧은 단가(短歌)에서 뛰어난 작품을 남긴 일본의 국민시인이다. 시인 백석(白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