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에서 사흘을 보내고 이스탄불로 돌아가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났다. 공항은 밤새 내린 폭설로 마비되었다. 대합실 통유리 밖으로 제설차가 활주로를 새로 닦는 모습을 구경하며, 폭설로 지연된 비행기 운행이 내 인생에 선사하게 될 뜻밖의 구멍을 상상했다. 뚱뚱한 스페인 아주머니들은 단체 여행을 왔다. 가죽점퍼를 입은 흑인 청년은 껌을 씹고 피부색이 갖가지인 아이들은 어른들이 모르는 말로 동맹을 맺는다. (카파도키아에서 여행 중에 몇 번이나 마주친 네 명의 한국 남자 대학생들, 이들은 영어로만 대화한다.) 몇 시간 만에 눈을 치우고 비행기가 날아올랐다. 폭설을 감안하면 정상 운행이었다. 창밖으로 흘낏 본 남겨진 비행기들. 비스킷과 오렌지 주스를 사양하고 그보다 더 달콤한 꿈이 생각나 얼른 눈을 감았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