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2

정선 가는 길 / 박세현

1 걸어서 가보아야 할 땅 죽기 전에 가보아야 할 지명 신작로를 따라 터벅대며 가보아야 할 국토 작은 절망 큰 절망 풀뿌리처럼 엉겨사는 곳 봄이 오면 잊었던 꽃들 되살아오고 사람들 비탈진 밭에 나가 씨앗을 뿌리는 나라 씨앗은 그들의 한 됫박 숨찬 꿈이다 강원도 정선 사람의 이름으로 가보아야 할 마을 도라지꽃 같은 땅 삭은 부처 토막 같은 땅 자 이제 떠나자 우리의 여행에 끝없는 새 길이 열리기를 2 청량리발 정선행 10시 30분 사람들은 떠난다 손을 흔들며 손을 접으며 고개를 들고 고개를 숙이고 서울을 나간다 사내는 그들 틈에 끼어 떠나면서 다시 돌아올 기약을 잊는다 가자, 떠나는 자가 남아있는 자들을 전송하리라 죽은 자가 산 자를 제사 지내리라 가자, 오늘은 저 멀리 더 멀리 멀리까지 달려가자 다시 돌..

시읽는기쁨 2006.04.07

비 개인 인왕산

며칠간 비가 계속 내리더니 오늘에야 그친다. 사무실에서 바라보이는 비 개인 인왕산이 아직 물기를 잔뜩 머금은 모습으로 앉아있다. 인왕산(仁王山)은 경복궁의 서쪽에 있는 산으로 풍수적으로는 우백호에 해당되는 화강암질의 크지 않은 산이다. 예부터 내려오는 인왕산 호랑이라는 말도 아마도 이런 풍수적 의미가 담겨있지 않은가 싶다. 요즈음은 자주 떠오르는 단어가 무상(無常)이다. 아무리 심한 장대비라도 한 나절을 넘길 수 없듯 성하면 쇠하고, 쇠했다가는 성하는 것이 인간사 뿐만 아니라 만물의 원리가 아닌가 싶다. 전에는 세상을 본질과 현상으로 나누고, 변하지 않는 본질과 쉼없이 운동하고 변하는 현상으로 구분하여 생각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그런 구분조차 모호해진다. 과연 변하지 않고 영원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는..

사진속일상 2004.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