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면서 연구실 문을 잠근다누가 문을 두드려도 시늉도 하지 않으리라마침 강의도 없다 밖에 안 나가려고쉬야도 세면대에 하고 점심 저녁 쫄쫄 굶고앉았다 일어났다 눈 감았다 떴다 어둡도록불도 안 켜고 무슨 쭘뼝인지 나도 모르겠다나를 위해서든 누굴 위해서든아무 짓도 하지 말아야 세월이 옹골질 것 같다봄날이 오든 가버리든 밤낮이 길든 짧든내버려둬라 내비둬라 냅둬라 낯익은 말투로시간이 나를 포기할 때까지 나도세월을 포기하면서 뒨전거렸다퇴근은 해야지 싶어 하루 종일아무도 두드린 일 없는 문을 멋쩍게 열고 밖에 나선다갈 데가 집뿐인가 집뿐인가 주억거리는 주차장 불빛에산수유꽃 몇 그루 빈 주차장보다 더 적막하게 피어 있다 - 춘분 / 정양 지난주에 정양 시인이 8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인은 우석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