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천을 산책할 때면 일부로라도 한 번은 이 징검다리를 건넌다. 옆에 번듯한 다리가 있지만 돌아서라도 이 징검다리를 찾게 된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는 사이를 사뿐사뿐 건너뛰면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다. 어릴 적 고향 마을 앞 개울에도 이런 징검다리가 있었다. 비가 조금만 와도 쉽게 물에 잠겨 무릎 위까지 바지를 말아 올리고 건넜다. 심할 때는 아예 바지를 벗어 머리 위에 이고 건너기도 했다. 더 어렸을 때는 아버지 등에 업혀 건넜던 기억도 난다. 여름에 홍수라도 나면 당연히 학교로 가는 길이 끊겼다. 시멘트 다리가 있는 읍으로 해서 돌아가자면 두 시간이나 더 걸렸다. 저학년 아이들은 등교하는 걸 포기했고 학교에서도 말렸다. 학교에 안 가도 되는 동생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그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