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성지 36

성지(6) - 어은공소

9. 진안성당 어은공소(사적지) 어은공소는 깊은 산 속에 있다. 박해를 피해 모여든 신자들이니 가능하면 사람들 눈에 덜 띄는 곳을 택했을 것이다. 성수산 아래 어은동은 그렇게 진안, 장수 지역의 신앙 중심지가 되었다.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어은(魚隱)이라는 지명에는 천주교가 박해 받던 시절의 의미가 들어 있다. 어은공소 건물은 1909년에 세워졌다. 한식의 너와지붕으로 내부 공간은 서양의 바실리카 형식을 차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문이 잠겨 있어 안을 볼 수는 없었다. 당시의 남녀유별 관습에 따라 내부는 물론 출입하는 문도 따로 나 있다. 어은공소가 본당이었을 때는 이곳 교우만 500명이 넘었다고 한다. 해방 뒤에 본당이 진안읍으로 옮기면서 여기서는 한 달에 한 번 미사만 드린다. 찾아오는 사람이 드물어선지..

사진속일상 2018.05.14

성지(5) - 신석복 묘, 박대식 묘

7. 신석복 마르코(1828~1866) 순교자 묘 신석복 마르코는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에서 살았다. 명례리는 피난 교우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농사를 지으며 누룩과 소금 행상을 하던 마르코는 병인박해가 일어나던 1866년에 대구에서 내려온 포졸들에게 붙잡혔다. 포졸들은 창원에서 장사를 하고 돌아오던 마르코를 며칠 동안 마을에서 숨어 기다리다가 체포했다. 마르코는 대구로 압송되어 배교를 강요당했지만, "저를 놓아주신다 해도 다시 천주교를 봉행할 것입니다." 하며 자신의 신앙을 고백했다. 마르코는 열흘간 감옥에 갇혀 있다가 1866년 음력 2월 15일 교수형을 받아 순교했다. 가족들이 시신을 거두어 고향에 안장하려 했으나 지방 유지들의 반대로 낙동강 건너 노루목(김해군 한림면 장방리)에 묻었다. 그 후 19..

사진속일상 2018.02.28

성지(4) - 양근성지

6. 양근성지 양평에 있는 양근(楊根)성지는 이 지역 신앙 공동체의 시발점이 된 곳이다. '양근'이란 지명은 고구려 시대까지 올라갈 정도로 오래된 것으로, 1908년에 양근군과 지평군이 합쳐지면서 양평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양근성지는 한국 천주교의 창립 주역인 권철신 암브로시오와 권일신 하비에르 순교자가 태어난 곳이다. 이승훈 베드로가 양근으로 내려와 유항검 아우구스티노 등에게 세례를 베풀면서 충청도와 전라도의 신앙 공동체도 양근성지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곳의 초기 신자들은 조과, 망과, 성로신경 등을 바치며 신앙을 실천했고, 신부가 없는 상태에서 모방 성직제가 행해진 곳이기도 하다. 1837년에는 샤스탕 신부님이 조선에 입국한 후 양근에 머물면서 조선말을 공부하고 신자들과 함께 생활했다. 또..

사진속일상 2017.11.17

성지(3) - 단내성지, 어농성지

오후 약속 때문에 집에서 가까운 성지를 택했다. 단내성지와 어농성지는 한 시간 거리라 11시 미사에 맞추기 위해 9시 30분에 출발했다.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나 한낮은 여름볕처럼 따가운 날씨였다. 4. 단내성지 이천시 호법면에 있는 단내성지에는 다섯 분의 순교 성인이 모셔져 있다. 그중에 정은 바오로 성인은 1866년 병인박해 때 체포되어 남한산성으로 압송되었다. 이때 재종손인 정 베드로가 할아버지를 옥중에서 보살피기 위해 자수해서 함께 고초를 겪었다. 두 분은 그해 말에 백지사형을 받고 순교하였다. 버려진 정은의 시신을 가족이 찾아내 이곳에 모셨다. 여기 모셔진 성인들은 가족 사랑의 모범이 되셨기에 이곳이 성가정성지로 지정된 것 같다. 순교비와 성가정성지 표지석. 이곳은 역사가 오랜 교우촌 중의 하나..

사진속일상 2017.09.26

성지(2) - 북수동성당

3. 북수동성당 하늘은 잔뜩 흐리고 보슬비가 내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약속한 날이 되니 비가 뿌렸다. 성지를 찾아가는 길이니 어찌할 수 없음도 넉넉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었다. 정조가 죽고 천주교 탄압이 시작되었는데 경기도와 충청도 일대에서 체포된 천주교인은 수원 화성으로 압송되어 처형 되었다. 순교터는 화성 곳곳에 산재해 있다. 북수동성당은 수원 화성 안의 옛 토포청 자리에 있다. 아마 이곳에 수많은 천주교인이 갇혀 있었을 것이다. 북수동성당은 수원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본당으로 천주교 수원 순교성지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에서 공식적으로 밝혀진 순교자는 78위이다. 1933년에 폴리(Polly) 신부가 건축한 고딕식 성당이 있었으나 6.25 때 전화로 손상되었고 뒤에 철거되었다. 건물을 재건하기 위..

사진속일상 2017.09.08

성지(1) - 용소막성당, 후리사공소

우리나라에 있는 천주교 성지를 모두 순례해 보자고 아내와 다짐한지 어느덧 7년이 지났다. 퇴직할 무렵이었다. 이제 그 약속을 지키려 한다. 아내는 열심인 신자이지만, 나는 그동안 냉담으로 변했다. 이번 순례에는 종교적 의미 외에 부부가 국내를 함께 여행한다는 데에도 방점이 있다. 전국을 돌면서 큰 나무를 보고, 지역 명소를 찾아보고, 맛있는 음식도 맛보려 한다. 천주교 성지와 사적지는 400여 곳이 된다. 가까운 곳은 당일로 다녀오지만, 먼 곳은 1박이나 2박의 여정이 될 것이다. 3년 정도면 일주를 하지 않을까 싶다. 무겁지 않게 경쾌한 마음으로 첫발을 내디딘다. 1. 용소막 성당 1904년에 세워진 교회로 강원도에서는 풍수원, 원주에 이어 세 번째로 역사가 오래다. 이곳은 1866년 병인박해 이후 피..

사진속일상 2017.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