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성지(8) - 배나드리, 여사울, 남방제, 공세리성당

샌. 2018. 6. 19. 08:00

11. 배나드리

예산군 삽교읍에 있는 마을 이름으로 '배를 타고 건너다녔다'는 뜻이다. 도리(島里)라고도 하는데 옛날에는 여기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마을은 야트막한 구릉 지대에 있는데 물이 차면 섬으로 될 수 있는 지형이다.

배나드리는 인언민 마르티노의 순교 사적지다. 인언민은 1737년 삽교에서 태어나 황사영 알렉시오에게서 천주교 신앙을 접하고, 주문모 야고보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그는 신앙생활을 위해 집과 재산을 버리고 공주로 이주하였다가 1797년에 시작된 정사박해 때 체포되어 1800년에 순교했다. 1817년 병인박해 때도 이 마을 신자들은 많은 고난을 받았다.

성지는 마을 가운데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마을 입구에는 성지 순례자를 위한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다.

12. 여사울

'내포의 사도'라 불리는 이존창(李存昌, 1759~1801) 루도비코 사도의 생가터다. 내포(內浦)는 충남 아산에서 태안까지의 평야 지대를 일컫는 지명이다. 여사울은 충청도에서 최초로 복음이 전해진 곳으로 내포 교회, 넓게는 충청도 교회의 중심지가 되었다. 여사울이라는 지명은 부자들이 많아 서울과 비슷하다 하여 '如서울'이라 불렀던 것이 여사울로 되었다고 한다.

이곳에 복음이 전해진 것은 이존창이 1784년 스승 권철신, 권일신 형제로부터 교리를 배워 입교한 뒤 고향으로 내려와 천주교 신앙을 전하면서부터다. 이존창 사도의 전교로 김대건, 최양업 신부의 집안이 입교했다. 이존창 사도는 주문모 신부의 입국을 도왔고, 많은 활동을 하다가 1801년 신유박해 때 참수형을 받아 순교했다.

여사울 성지는 넓은 부지에 깔끔하게 꾸며져 있다. 성지 성당도 유럽 수도원 건물을 보는 듯하다. 여사울은 1866년 병인박해 때까지 신앙의 맥이 이어지며 두 분의 성인과 두 분의 복자를 탄생시킨 순교자의 못자리다.

13. 남방제

남방제는 아산시 신창면 남성1리로 조윤호 요셉(1848~1866)이 태어나서 성장한 곳이다. 그의 할아버지가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하자, 아버지는 신앙촌인 남방제로 이사해서 조윤호 성인을 낳았다. 성인이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866년에 전 가족이 체포되었고 7명 모두 순교했다. 성인의 나이는 18세였다.

비문에는 신창 남방제 출신 순교자 이름이 빼곡하다. 한 분 한 분의 사연이 다 눈물겨울 것이다.

14. 공세리성당

공세리(貢稅里) 성당은 조세로 받은 곡식을 쌓아 두던 창고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성당이다. 1897년에 지은 구 본당 및 사제관이 있었는데, 현재의 성당 건물은 1922년에 건축되었다. 이곳은 박해를 받는 동안 수많은 순교자들이 탄생한 선교의 전진기지이며, 서른 두 분의 순교자 유해가 모셔져 있다.

공세리성당은 신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방문도 잦다. 성당과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오래된 고목 아래를 거닐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경내에는 박물관도 있는데 찾아간 날이 월요일이어서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하룻동안 네 군데의 성지를 찾아간 날이었다. 같은 지역에 있는 성지는 한꺼번에 돌아보게 된다. 그래도 전국의 성지를 순례하자면 수 년이 걸릴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 나가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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