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경복궁에서 만난 날

샌. 2018. 6. 22. 22:44

전 직장 동료 다섯이 경복궁에서 만났다. 장길산이 산티아고를 40일 동안 걷고 돌아온 핑계로 모인 만남이었다. 퇴직하고 나니 각자 생활에 바빠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얼굴을 볼 뿐이다.

산티아고는 거의 포기 상태지만 다녀온 얘기를 듣다 보니 언젠가 나도 그 길에 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꿈에 젖어 보았다. 실행 여부를 떠나 꿈꿀 수 있다는 것만도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닌가.

오랜만에 가 본 경복궁에는 한복을 입은 외국인이 엄청 많아졌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이런 현상도 한류 드라마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동료를 기다리느라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옆에 있는 50대 정도 되는 필리핀 남자가 말을 붙인다. 아내, 딸과 가족여행을 온 사람이다. 10일 간의 일정을 보여주는데 우리가 좋아하는 관광지와는 차이가 있다. 어디가 제일 인상 깊었냐니까 "Everywhere"라고 답한다. 한국 사람이 무척 친절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그리고 경비를 서는 경찰을 가리키며 왜 총을 가지고 있지 않냐고 의아해 한다. 필리핀 경찰은 완전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짧은 영어로 한국은 'safe country'라 'not necessary'라고 말해주다. 미국 사람보다 동남아 사람 영어가 훨씬 알아듣기 쉽다.

그때 직장을 다닐 때 지하철에서 내려 이 은행나무 옆을 지나 다녔다. 시간이 나면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쉬기도 했다. 그 나무를 찾아가 보았다.

고궁에서 만나고, 부근에서 점심을 먹고, 한적한 커피숍에서 오랫동안 담소를 나누었다. 노년의 코스를 우리도 닮아가고 있다. 손주를 보러 빨리 들어가야 한다는 사람도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일찍 헤어지는 데 다들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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