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장마가 찾아오다

샌. 2018. 6. 26. 11:56

어제는 땡볕 속을 걸었는데 밤이 지나고 나니 날씨가 일변했다. 장마전선이 성큼 중부지방까지 올라왔다. 천둥과 번개까지 데리고 장마의 시작을 알린다. 여름의 열기를 식혀주는 비가 우선은 반갑다. 그러나 좀 지나면 쨍쨍한 햇빛을 다시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마음이란 그러하다.

장마철이 되면 할아버지는 "아이고, 허리야" 하시며 바닥에 엎드리시는 빈도가 높아졌다. 나는 재미나서 허리를 밟아드렸지만 날씨와 신체의 감응이 얼마나 신기한지 그때는 몰랐다. 오늘 아침 일어나는데 허리에 이상 신호가 왔다. 디스크 수술을 받은 이후로 가끔 찾아오는 증상이다. 하필 장마의 시작과 맞춘 듯 나타나니 타이밍이 절묘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오후 당구 모임에는 못 나간다는 연락을 넣었다.

인생의 앞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얼마나 다행인가. 유리창 밖 빗줄기를 바라보며 자꾸 우울해진다. 잔뜩 구름 낀 하늘보다 내 마음은 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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