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3

꼬리 잘린 소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청계천에 미국소 조형물이 등장한 적이 있었다. 그 미국소의 꼬리가 잘려 있어서 의아하게 생각되었는데 나중에 들으니 미국의 소 사육장에서는 꼬리를 자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이유가 소가 꼬리를 흔들면 에너지가 소비되어 살 찌는데 방해가 된다나 어쩐다나, 참 웃기면서도 무서운 이야기다. 그 사람들은 돈이 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것 같다.가축도 오직 생산원료일 뿐이다. 마치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건처럼 이윤만 극대화 시키면 그만이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얼마나 사실인지 모르지만 닭 사육장에서는 닭의 부리를 펜치로 잘라버린다는 말도 들었다. 너무 과밀하게 키우다 보니 부딪치는 일이 자주 생기고, 서로 부리로 쪼아 몸에 상처를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길위의단상 2008.10.15

나는 행복하구나

슬픈 시를 한 편 보았다. 조류독감으로 살처분되어 생매장 된 닭의 분노하고 절망하는 목소리였다. '나는 행복하구나'라는 정인화 님이 쓴 시다. 살처분이면 어떻고 생매장이면 또 어떠랴 그처럼 보고팠던 푸른 하늘 이불 삼고 그처럼 딛고 싶었던 흙 베개 삼아 그 속에 산 채로 파묻혀 죽는다한들 무엇이 무서우랴 오히려 나는 좋구나 똥구녁 찢어져 피가 철철 흘러도 애비 없는 알 낳아야 했던 그 끔찍했던 날들 밤도 낮도 없던 그 지옥의 날들 이제야 깡그리 잊혀지고 말지니... 차라리 나는 행복하구나 내 새끼 한 번 품어안아보지 못한 이 한 많은 몸 누가누가 알 많이 낳나 경쟁없는 그곳으로 갈 수 있다니 나 정말 천만다행이구나 내 살붙이들과 으스러지도록 부등켜안고 그리운 그 흙 속에서 눈 감을 수 있다니 나, 조류독..

길위의단상 2008.07.26

살처분 7000000

지난 4 월초에 김제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되며 닭과 오리를 살처분하는 끔찍한 장면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살처분이란 전염병의 확산을 위해 살아있는 동물을 푸대에 담아 그대로 구덩이에 던져 넣고 흙으로 묻어버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발병이 확인된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3 km 이내의 가금류는 무조건 살처분해 버린다고 한다. 싹쓸이 대량 학살이다. 한 달 정도 되는 동안에 살처분된 닭과 오리만 이미 700만 마리에 이르고 있다. 방역의 목적은 생명을 지키자는 것인데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생명을 도륙하는 잔인성이 이율배반적이고 무섭기만 하다. 나는 우선 ‘살처분’이라는 용어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살처분은 생명을 가진 존재에 붙일 명칭이 아니라고 본다. ‘생명’을 처분한다거나 처..

길위의단상 2008.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