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꼬리 잘린 소

샌. 2008. 10. 15. 13:24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청계천에 미국소 조형물이 등장한 적이 있었다. 그 미국소의 꼬리가 잘려 있어서 의아하게 생각되었는데 나중에 들으니 미국의 소 사육장에서는 꼬리를 자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이유가 소가 꼬리를 흔들면 에너지가 소비되어 살 찌는데 방해가 된다나 어쩐다나, 참 웃기면서도 무서운 이야기다. 그 사람들은 돈이 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것 같다.가축도 오직 생산원료일 뿐이다. 마치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건처럼 이윤만 극대화 시키면 그만이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얼마나 사실인지 모르지만 닭 사육장에서는 닭의 부리를 펜치로 잘라버린다는 말도 들었다. 너무 과밀하게 키우다 보니 부딪치는 일이 자주 생기고, 서로 부리로 쪼아 몸에 상처를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너무 심한 일이다. 밤새 환하게 불을 밝힌 사육장은 닭에게는 고문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곳은 동물의 생명에 대한 배려라고는 손톱 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현대의 가축 사육장은 돈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연장 같다.

언젠가 TV 프로를 보다가 태국에서 코끼리를 훈련시키는 끔찍한 장면을 보았다.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코끼리를 만들기 위해 어린 코끼리를 길들이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 야생 코끼리는 절대로 등 위에 사람을 태우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완전히 사람에게 복종하는 코끼리로 만들기위해 등에 타고는 머리를 쇠꼬챙이로 마구 찌른다. 코끼리는 피범벅이 되고 비명을 질러댄다.또는 꼼짝도 할 수 없는 좁은 우리에 가두고 온갖 폭력을 가한다. 코끼리의 야성을 파괴하고 사람을 두려워하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 몇 달에 걸쳐 이런 잔혹한 짓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코끼리들이 미치거나 정신 착란에 빠진다고 한다. 그렇게 순치된 코끼리가 관광객을 태우고 다니는 수입원이 된다.

중국에서 웅담 채취를 위해 곰을 사육하는 현장도 야만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꼼짝할 수도 없는 쇠창살에 갇혀 배에다 호스를 꽂고 기진맥진해 있는 곰의 모습은 인목불견의 광경이었다. 그때는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코끼리나 보신을 위해 웅담을 먹는행위의 이면을 생각하면 도저히 정상적인 머리로는 그것을 즐길 수가 없다.그 외에도 인간을 위한 온갖 동물쇼와 신약 개발을 위한 동물 실험 등으로 무수한 동물이 희생되고 있다.

인간이 동물에 가하는 학대를 떠올리면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한때는 몇 달간 실천해 보기도 했지만 이 땅에서 채식주의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확인하기만 했다.지금은 별 거리낌 없는 잡식주의자가 되어 있는데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는 심적 갈등을 가끔씩 겪는다. 동물의 생명권을 존중해주지 않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논할 수는 없다고 본다. 끝없이 이어지는 먹을거리 파동을 보면서 인간의 동물에 대한 기본 인식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지 않았는지를 의심해 보게 된다. 꼬리 잘린 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반성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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