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우울한 대한민국

샌. 2008. 10. 10. 11:40

연이은 유명스타의 자살로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도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12,074명으로 하루 평균 33.4명, 인구 10만 명당 26.1명이었다. 이는 OECD 평균의 2배 이상이면서 자살률 1위의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다. 그리고 2000년에 비해서도 거의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청소년들의 자살률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개인이나 국가나 한국사회는 지금 전체적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 광우병 파동이 지나가니 멜라민 소동이 일어나 연신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부동산값은 요동치고 주식은 폭락하고 있어 여기저기서 한숨이 나온다. 거기다 외환수지는 적자로 돌아섰고 환율은 가파르게 오르며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다. 물가도 불안한데 다행히 치솟았던 유가나 원자재 값은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대외 여건이 말이 아니니 한국 경제는 숨쉬기조차 힘들게 생겼다. 세계화니 신자유주의니 하면서 장밋빛 환상에 젖었던 꿈이 한순간에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금과 같은 경제 시스템에서는 어차피 치러야 하는 홍역인지도 모른다. 전 세계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되고 거대자본이 좌지우지하면서 그 폐해에 의한 고통은 그런 자본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대다수 일반인들이 짊어지고 있다. 주식이라는 것이 우량기업에 투자해서 이윤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국제자본의 투기장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외국자본이 들고나는데 따라 주가지수는 춤을 춘다. 사람들은 무자비하게 경쟁에 내몰리다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기를 맞는다. 미래가 불안하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자살 원인의 첫째가 경제적 이유였다. 그러므로 이런 경제 시스템의 변화가 없는 한 행복한 우리의 미래는 담보되기 어렵다. 상생(相生)의 경제로의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역사에서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불안한 시대에 어떻게 하면 한 몫을 챙길까 하는 기회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삶을 반성하고 더 나은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지금의 위기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고 우리의 진로에 대한 성찰의 기회가 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사실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나서는 자본주의의 독주가 너무나 거침없이 진행되었다. 물질의 풍요는 얻었지만 대신에 잃은 것도 너무나 많다. 그런 진행과정의 축약판이 우리나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부작용도 심각하게 겪을 수밖에 없다. 소득의 불균형에 따른 빈부격차, 물신숭배, 이기주의, 그리고 미풍양속의 상실은 단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들이다. 수치상의 성장만 보고 좋아라고 할 일이 아니다.


술 소비, 담배 소비는 계속 늘어나면서 자살률 세계 1위인 나라, 우울한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국민들은 경제만 살려달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뽑아놓았는데 경제마저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 그가 도덕적으로는 하자가 있어도 눈 감아 주었다. 그러나 근본을 무시하고 잘 살기만 바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에 다름 아니다. 세상살이가 경제와 돈만으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의 세계적 경제 위기가 우리의 삶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


연예인 C씨 자살의 직접 원인이었다는 악플도 법으로 단속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가지만 자르려고 하기 전에 악플 문화가 생기는 뿌리가 무엇인지 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보기에 우리 사회는 중병에 걸려 있다. 비도덕적 사회에서 도덕적 인간이 길러질 수는 없다. 사회의 근본을 바꾸는 대수술이 없다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더라도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어느덧 자살 권하는 사회까지 오고만 우리를 바라보며 나 역시 우울하기만 하다. 하루에 30면이 넘게 자살하고 자살미수자 또한 200명 가까이 되는 나라, 우리가 C씨의 자살에 충격을 받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사실 C씨보다 더 불행하고 고통스럽게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우리나라가 그런 사람들의 눈물을 먼저 씻어주려고 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로가 앞으로만 나가려고 하는 속도경쟁을 이젠 멈추고, 느리지만 이웃과 손잡고 함께 걸어가는 따스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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