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험한 세상을 살아내는 희망

샌. 2008. 9. 27. 16:11

세상이 험해지고 거칠어져가는 것을 아이들의 말에서 느낀다. 청소년들이 모인 자리에는 민망해서 가까이 가기가 어렵다. 그들이 사용하는 말을 들어오면 연신 욕이고 비속어들이다. 주위는 아랑곳하지도 않는다. 예전과 달라진 점은 여학생들의 입마저 그런 말들로 오염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지하철에서 두 여학생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는데 ‘존나’라는 단어가 쉴 새 없이 튀어나와 너무나 민망했다. 아무리 의미가 변형되었다지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면 결코 쉽게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이 아니라고 본다. 말이 이러하니 행동 또한 마찬가지다. 이젠 초등학생들까지도 행동이 거칠기 그지없다. 도대체 주위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것들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 교실이다. 일부 특수학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교 교실은 수업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막된 행동을 하는 아이가 영웅 대접을 받으며 학급 분위기를 망쳐 놓는다. 아이들이 선출하는 반장은 소위 문제아들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수업 중에 난동을 부리는 경우도 이젠 흔히 접하는 풍경이 되었다. 우리의 아이들이 왜 이렇게 험하고 막무가내로 되어 가는지 슬프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의 의식 또한 힘에 맹종하고 무비판적으로 부를 추구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아이들도 미래에 희망이 없음을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 꿈이 사라진 아이들에게 우상은 연예인밖에 없다. 진실로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현실은 병은 알지만 치료할 방법이 없는 불치병과 같다. 아이들의 배후에는 문제가정이 있고, 문제사회가 있다. 근본이 바뀌지 않는 한 방향전환은 힘들어 보인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은 부정직하고 부도덕한 우리 사회에 던지는 경고장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가 맹신하며 쫓아온 삶이 스스로에게 덫이 된 셈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결코 아이들만 나무랄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우리들 마음속의 과다한 폭력과 욕망, 이기심이 가장 비극적인 방법으로 아이들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갈 데까지 가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욕망을 부추기고, 더 피땀 흘리게 경쟁을 시키고, 더 양극화의 세계로 몰고 가서 끝장을 보아야 할 것이다. 엄청난 반대급부를 치르고서야 우리는 제 정신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지금 한국사회는 중병을 앓고 있다. 인간성은 점점 거칠고 험해져 간다. 순수하고 맑은 꿈으로 푸르게 피어나야 할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경쟁사회에 길들이기 위한 준비로 아이들은 생기를 잃었다. 대신에 저항과 반항과 일탈된 행동으로 자신들의 욕구불만을 드러낸다. 요즈음 가정에서 아이들이 어머니에게 대하는 태도는 마치 하인 대하듯 하고 심하면 적대적이기도 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거기에는 단순한 사춘기의 반항 이상의 의미가 들어있다고 본다.


아무리 막나가는 세상이 되어도 그래도 희망은 사람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인간에 내재된 선을 지향하는 정신은 지금은 씨앗으로 땅 속에 묻혀있지만 언젠가는 싹을 틔우고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이따금씩 반짝하고 빛나는 순수의 광휘는 나를 감격하게 한다. 마치 진흙탕 속에서 피어난 연꽃 같다. 어느 누가 이 우주적 생명 의지를 죽일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믿음이 있으므로 나는 오늘도 좌절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어둠이 짙을수록 별은 더욱 영롱하게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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