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사산 7

경안천-칠사산을 걷다

겨울이 되면 아무래도 집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다른 계절에 비해 걷는 운동량이 1/3은 떨어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몸은 둔해지고 바깥에 나가는 일이 귀찮아진다. 어제는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서 작심하고 경안천에 나갔다. 큰 마음을 먹은 김에 칠사산까지 연계해서 걸었다. 이 코스는 강변과 산길을 함께 걸을 수 있어 좋다. 응달에는 사흘 전에 내린 눈이 아직 남아 있다. 겨울 경안천의 단골인 고니가 청둥오리와 함께 유유히 노닐고, 고독한 철학자인 해오라기는 미동도 없이, 가마우지는 따스한 햇볕에 날개를 말리고, 붉은부리갈매기는 물고기를 사냥해서 식사에 열중인데, 고양이 한 마리가 붉은부리갈매기를 잔뜩 노려보다가 바투 다가가더니 흥미를 잃은 듯 등 돌리고 강물만 핥는, 평화로운 겨울 오후의 경안..

사진속일상 2022.01.23

칠사산 트레킹

요 며칠 기상이 사나웠다. 어제 수도권에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늦은 눈이 내렸다. 113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바람 불고 황사도 몰려왔다. 봄 날씨가 원래 이렇게 어수선하다. 닷새만에 집을 나섰다. 아직 바람이 잦아지지는 않았지만 황사는 지나갔다. 칠사산 트레킹은 천변과 산을 함께 걷는 길이다. 늦은 아침을 먹고 아내와 같이 걷기 시작했다. 칠사산 입구까지는 경안천을 따라 가는 약 6km의 천변 길이다. 그동안에 경안천을 가로지르는 다섯 개의 징검다리를 건너야 한다. ▽ 첫 번째 징검다리 ▽ 두 번째 징검다리 메타세콰이어 숲 길을 지난다. 날씨 탓인지 오늘 천변에는 사람이 적다. ▽ 세 번째 징검다리 ▽ 네 번째 징검다리 네 번째 징검다리를 지나면 폭신한 흙길이 나온다. ▽ 다섯 번째 징검다리 천변..

사진속일상 2020.04.23

사월 초파일 칠보사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칠보사(七寶寺)가 있다. 사월 초파일 오후에 연등 구경을 하고 싶어 칠보사로 향했다. 부처님 오신 날이어서 절이 꽤 분주할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조용했다. 오전 행사 뒤 대부분이 돌아가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연등은 기대보다 초라했다. 대웅전 앞에는 운동회가 열리듯 만국기가 펄럭였다. 스님은 평일인 듯 한가하게 산책하고 계셨다. 조계사 같은 큰 절의 화려한 연등이 너무 머릿속에 박혀 있었나 보다. 사실은 이런 작은 절이 정상인지 모른다. 시주자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대형 절의 연등은 보기에는 장관일지 몰라도 너무 뻐기는 폼이 부담스럽다. 내 복을 기원하는 게 자랑일 수 없다. 만약 설법이나 설교, 강론에서 복을 바라는 사람은 오지 말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불교는 부처가..

사진속일상 2016.05.14

칠사산 걷기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산이 넷 있는데, 그중에서 칠사산(七士山)은 다양한 풍경을 접할 수 있어 좋다. 산 아래 경안천을 따라 난 길은 강과 산을 같이 즐길 수 있다. 전에 비해 길이 넓어지고 시멘트로 포장된 게 아쉽지만, 그런대로 고즈넉한 시골 맛이 난다. 칠사산 걷기는 1시간 가량 경안천을 따라 걸은 뒤 산으로 들어 능선을 따라 정상을 경유하여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강변을 따라 걸을 때는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엔돌핀이 팡팡 솟아오른다. 봄 햇살이 몸을 뚫고 들어와 세포를 춤추게 한다.세상의 부귀영화가 하나도 부럽지 않다. 자연 속 걸음에는 마약 효과가 있다. 모든 것 잊고 걷는 지금이 최고다. 내일이 총선일이라 도로를 지나는 유세 차량의 목소리 톤도 더 높아졌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는..

사진속일상 2016.04.12

서하리에서 칠사산을 넘다

오늘은 본당에서 천진암으로 도보 성지 순례를 하는 날이다. 약 500명의 신자들이 구역별로 모여 아침 9시에 성당에서 출발했다. 나도 대열에 끼여 힘차게 따라 나섰으나 중간에 여의치 못한 일이 생겨 유턴하게 되었다. 두 시간 정도만 함께 걸었다. 본당에서 천진암까지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인도가 없는 찻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여섯 시간 정도가 걸리는 만만치 않은 길이다. 경안천을 끼고 걷는 이 길이 제일 호젓하고 양호하다. 광주시 경안동과 무갑리를 이어주던 옛 도로였다는데 천 건너편으로 새 도로가 생기면서 잊혀진 길이 되었다. 이런 길을 개발하여 트레킹 코스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무갑리까지 같이 걷고는 되돌아서 칠사산으로 들어갔다. 혼자 걷는 산길이 편안했다. 생각지도 않게 서하리에..

사진속일상 2013.10.13

겨울 아침의 산길

서울로 나가는 아내를 바래주고 겨울 아침의 산길을 걷는다. 아침 공기가 차가웠으나 산에 드니 따스하다. 이미 봄이 잉태된 소리를 듣는다. 올겨울에는 눈을 보기 어렵다. 살짝 몇 번 흩날렸을 뿐 땅에 쌓인 적은 없다. 발걸음 따라 건조한 흙먼지가 날린다. 날 포근해지면 강원도로 달려가 눈과 겨울 바다를 보고 싶다. 칠사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광주 시내의 모습. 내가 사는 동네를 가운데에 넣었다. 칠보사 마당에 있는 목련의 솜털에 윤기가 돈다. 그러나 아직은 추위에 몸을 도사리고 있다. 딱새도 만났다. 누군가가 나뭇가지에 먹이를 걸어놓았는데 그 주위를 배회하며 떠나지 않는다. 나를 경쟁자로 생각하는지 "삐- 삐-", 경고음을 내며 어서 가라 독촉한다. 어제 읽은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아이는 무지하기 때..

사진속일상 2012.01.30

광주 칠사산

칠사산(七士山)은 광주를 대표하는 산이다. 전라도 광주에 무등산이 있다면 경기도 광주에는 칠사산이 있다. 높이가360 m 정도로 야트막하지만 광주 시내 어디서도 보이고 고려의 일곱 선비에 얽힌 전설이 남아 있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산이다. 칠사산을 찾았다. 집에서 시내를 통과해 30분 정도 걸으면 산 아래에 닿는다. 들머리는 광주고등학교다. 칠사산은 아담한 육산으로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다. 산길 역시 부드럽다. 가벼운 운동화 차림으로도 너끈히 오를 수 있다. 어린 아이도 만나고 할머니도 만났다. 산 중턱에 칠보사가 있다. 절 연혁은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 절 주위에는 불두화가 많이 심어져 있었다. 5월의 산에는 이런 벌레가 많다. 이름이 뭘까? 나무에서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모르고 지나가다가는..

사진속일상 2011.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