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경안천-칠사산을 걷다

샌. 2022. 1. 23. 10:20

 

겨울이 되면 아무래도 집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다른 계절에 비해 걷는 운동량이 1/3은 떨어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몸은 둔해지고 바깥에 나가는 일이 귀찮아진다.

 

어제는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서 작심하고 경안천에 나갔다. 큰 마음을 먹은 김에 칠사산까지 연계해서 걸었다. 이 코스는 강변과 산길을 함께 걸을 수 있어 좋다. 응달에는 사흘 전에 내린 눈이 아직 남아 있다.

 

 

겨울 경안천의 단골인 고니가 청둥오리와 함께 유유히 노닐고,

 

 

고독한 철학자인 해오라기는 미동도 없이,

 

 

가마우지는 따스한 햇볕에 날개를 말리고,

 

 

붉은부리갈매기는 물고기를 사냥해서 식사에 열중인데,

 

 

고양이 한 마리가 붉은부리갈매기를 잔뜩 노려보다가 바투 다가가더니 흥미를 잃은 듯 등 돌리고 강물만 핥는, 평화로운 겨울 오후의 경안천이다.

 

 

 

1시간 반 가량 경안천을 따라 걷다가 칠사산으로 들어선다. 잔설이 있어 산길이 도드라져 보인다.

 

 

산은 낮지만 능선은 길다. 오랜만의 걸음에 몸은 지치는데 칠사산 정상은 너무 멀게 느껴진다. 

 

 

간식은 쵸코파이 두 개다.

 

 

산 꼭대기에는 숭의정(崇義亭)이라는 전망대가 있다. 

 

 

숭의정에서 보이는 송정동 지역, 잘 다듬어놓은 빈터에는 곧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다.

 

 

산 중턱에는 칠보사가 있다. 

 

 

목현천에서는 아이들이 썰매타기를 하고 있다. 우리 때와는 달리 썰매는 전부 플라스틱 제품이다. 그때는 손으로 직접 썰매를 만들었는데 손재주가 없던 나는 늘 동무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특히 굵은 철사를 감고 고정시키는 작업은 내 힘에는 버거웠다.

 

 

한 친구가 인간은 '호모 루덴스'라며 늙어서는 잘 놀 줄 알아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카톡방에 올렸다. 사실 어릴 때는 삶이 곧 놀이가 아니었는가. 구슬치기, 땅따먹기, 자치기,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술래잡기,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비석치기, 딱지치기, 팽이치기, 실뜨기, 닭싸움, 기마전, 오징어가이상, 사방치기, 다방구 등등. 인간은 어른이 되면서 일에 파묻혀 살게 되고, 은퇴한 뒤에는 다시 놀이로 돌아간다는 친구의 말이 맞다. 당구는 구슬치기, 바둑은 땅따먹기, 고스톱은 딱지치기, 골프는 자치기가 아닌가 말이다.

 

경안천과 칠사산을 잇는 이 코스는 4시간이 걸린다. 걸음수를 체크해 보니 2만 보였다. 이 정도로 길게 걸은 건 몇 달 만인 것 같다. 산을 내려올 때는 장딴지가 뻐근했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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