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니와 사흘을 함께 있다가 왔다. 겨울이 되니 농사일이 없어 낮에는 마을회관에 나가서 소일하신다. 점심과 저녁 식사는 거기서 친구들과 같이 지어들고 노신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 걸 보니 걱정 한 자락이 줄어들었다.
이튿날 낮에는 어머니는 회관에 가시고 나는 구들장이 뜨끈한 방에서 허리를 지지면서 책 보다가 공상을 즐기다가 오랜만에 고향의 한가함을 즐겼다. 옆집 친구를 찾아가기 아까울 정도로 고마운 시간이었다. 여자들이 친정에 찾아가면 마음이 풀리고 꼼짝하기 싫다더니 내가 꼭 그랬다.
곧 설날이 다가오는데 앞으로 명절은 따로 지내야겠다고 어렵게 말씀드렸다. 도로의 정체를 견디며 내려가기도 이젠 힘에 벅차다. 같이 모인들 냉랭한 분위기 탓도 있다. 어머니는 한갓질 때 찾아뵙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고향에 내려간 사이에 첫째가 집으로 찾아왔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에 따른 반대급부가 반드시 따른다. 지금 좋은 게 늘 좋다는 보장이 없고, 지금 나쁘다고 늘 그러하리라 믿어도 안 된다. 직장 생활이 힘들다고 사표를 던지는 일은 쉽지만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는 더 무거워질지 모른다.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고 헤쳐나갈 의지만 있다면 모든 선택은 옳다. 부디 편한 길보다 의미 있는 길을 찾아가기 바란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착각에 불과할까. 우리는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작은 물거품에 지나지 않을까.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얼굴들 - 나름대로 발버둥치지만 덧없는 - 우리는 하나 같이 가련한 존재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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