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고니와 놀다

샌. 2022. 1. 15. 10:38

날씨가 눅어지고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서 경안천으로 고니를 만나러 갔다. 서하리로 찾아갔는데 청석공원에서 놀던 고니가 이쪽으로 이동해 온 것 같았다. 무리의 규모가 대체로 비슷했다.

 

추위 탓에 경안천도 많은 부분이 얼었다. 고니가 놀 만한 곳이 흔치 않은데 서하리의 경안천은 조건이 좋다. 한적해서 사람 경계를 안 해도 괜찮고 천도 깊지 않다. 먹이를 얻는 최적의 장소다.

 

고니 옆에는 오리가 붙어 다닌다. 고니가 캐낸 수초 조각을 얻어먹기 위해서다. 귀찮을 법도 하련만 고니가 오리를 쫓아내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늘 사이좋게 같이 나누어 먹는다.

 

 

깃털 색깔이 회색인 고니는 유조(幼鳥)다. 덩치는 어미만큼 자랐지만 어미 따라 나란히 다닌다. 고니들은 느긋하게 돌아다니다가 물속에 부리를 박고 먹이 활동을 한다. 물이 깊으면 물구나무 자세로 수직으로 서서 잠수한다. 물 밖으로는 꽁무니와 까만 두 다리만 보인다.

 

 

한 가족으로 보이는 얘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내가 가까이 있어도 별로 의식을 안 한다. 고니는 경계심이 큰 새다. 인기척만 나도 금방 멀리 도망간다. 나는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평화로운 고니의 유영을 마음 편하게 바라본다.

 

 

무슨 신호가 들렸는지 멀리 있던 오리들이 쏜살같이 몰려온다. 그러든 말든 고니는 천하태평이다.

 

 

경안천을 따라 산책로가 잘 나 있다. 이곳은 시내와 떨어져 있어 왕래하는 사람이 적다. 멀리 나가지 않고도 가까이서 아무 때나 고니를 볼 수 있다니, 이럴 때는 내 사는 곳이 좋다.

 

 

혼자 외롭게 노는 고니가 있다. 무리에서 거의 500m 떨어진 곳이다. 고니는 가족 중심의 생활을 하는데 이렇게 홀로 있는 경우는 드물다. 며칠 전에도 무리와 어울리지 못하고 외곽을 빙빙 돌기만 하던 그 고니가 맞다. 왕따인지 아니면 스스로 선택한 아웃사이더인지 나는 안쓰럽게 바라본다. 주눅 들지 말고 씩씩하게 자라렴!

 

 

햇볕 따스한 겨울 한낮에 평화스럽게 노니는 고니와 함께 했다. 천(川)은 먹이가 풍부하고 개체수는 적어 생존경쟁의 악다구니가 보이지 않는다. 가끔 사람을 경계하지만 다른 조바심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새들의 외견이나 삶은 가볍고 단순해서 아름답다. 인간이 다가가기 힘든 저 먼 곳에 있다. 고니의 우아한 몸짓을 내 마음에도 간직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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